월드시리즈 “초대됐다”는 트럼프… “안 불렀다”는 MLB

입력 2021-10-31 13:17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아내 멜라니아(왼쪽) 여사가 31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트루이스트파크에서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2021시즌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4차전을 관전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4차전을 관전하면서 “초대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올해 대립각을 세웠던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초청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아내 멜라니아 여사는 31일(한국시간)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2021시즌 월드시리즈 4차전을 개최한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트루이스트파크에 등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도끼를 내리찍는 흉내를 내는 애틀랜타 팬 특유의 손동작 ‘토마호크 촙’에 동참하며 응원했고, 밝은 표정으로 경기를 지켜봤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경기장 방문을 앞두고 이메일을 통해 “오늘밤 애틀랜타에서 열리는 월드시리즈 관전을 기대한다. 멜라니아와 나는 훌륭한 두 팀이 만들어낼 아름다운 밤을 기다리고 있다”며 롭 맨프레드 메이저리그 사무국 커미셔너와 랜디 러빈 뉴욕 양키스 사장을 지목해 “초대에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전직 대통령의 프로스포츠 경기 관전은 미국에서 낯선 풍경이 아니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 국가·인종 간 갈등을 부추기는 발언으로 다인종 산업인 프로스포츠계와 마찰을 빚어왔다. 경기장에서 무릎 꿇기로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선수를 지목해 트위터로 비난을 퍼붓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선에 실패한 뒤에도 극우 지지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프로스포츠계와 악연을 이어갔다. 메이저리그 사무국도 예외가 되지 않았다. 지난 4월 미국 조지아 주의회가 공화당 주도로 투표권 제한법을 통과하자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항의 차원에서 올스타전 개최지를 애틀랜타에서 콜로라도주 덴버 쿠어스필드로 옮겼다.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메이저리그 경기 보이콧을 지지자들에게 요구했다. 애틀랜타의 월드시리즈 홈경기에 대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전 형식을 놓고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초청’이 언급되자 뒷말이 무성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미국 일간 USA투데이는 지난 27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애틀랜타 구단의 테리 맥궉 의장에게 전화를 걸어 월드시리즈 4차전 입장권을 부탁했다”고 보도했다. 맥궉 의장은 당시 “놀랐지만 곧바로 가능하다고 답했다. 우리는 정치적 중립 입장을 가지고 있다. 관객이라면 누구든 환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메일을 통해 “초대됐다”고 주장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이날 미국 야후스포츠에 “트럼프 전 대통령을 초청하지 않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전 요청을 받아들인 것뿐”이라고 밝혔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