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 노재헌 변호사가 31일 부친을 떠나보낸 심경을 밝혔다. 전날 ‘국가장’ 영결식으로 부친의 장례를 마치고 “대통령으로서는 공과 과가 있지만 가족에게는 최고의 아버지였다”며 고인의 삶을 되새겼다.
노 변호사는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추모의 글’이라는 장문의 글을 올려 “이제 아버지를 보내드린다. 대한민국 현대사의 명암과 함께 살아오신 인생, 굴곡 많은 인생을 마감하셨다”고 적었다.
그는 “6·25전쟁이 터지고 당시 많은 젊은이가 그랬던 것처럼 선택한 군인의 길은 평생의 운명이 됐다”며 “군인, 정치인, 대통령을 거쳐 일반 시민으로 돌아오자마자 무거운 사법의 심판으로 영어의 몸이 될 수밖에 없었다”며 회고했다. 그러면서 “그 후 큰 병을 얻어 긴 시간 병석에 누워 고통스럽게 지냈고, 결국 영광과 상처가 뒤섞인 파란 많은 생을 마감했다”며 “그것 또한 본인의 운명으로 받아들이셨다”고 했다.
이어 “아버지는 평생 자신과 가족과 나라를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완벽한 분은 아니었다. 허물도 있고 과오도 있었다”면서도 “하지만 자신을 숨기거나 속이지 않았고 거짓말하는 것을 가장 싫어했다. 당신 스스로를 보통사람이라고 칭했고 한 사람의 위인보다 보통사람들의 힘을 더 믿었다”고 말했다.
노 변호사는 “대통령 퇴임 후 큰 수모를 당하실 때조차 당신이 다 짊어지고 가겠다고 말씀했다”며 “원망의 말 한마디 하지 않고 국민에 대한 무한 책임을 철저하게 지키려고 노력하셨다”고 적었다.
이어 “아버지는 5·18 민주화운동으로 인한 희생과 상처를 가슴 아파하고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당신이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하고자 했다”며 “대통령 재임 시 민주화 과정에서 희생된 학생 시민 노동자 경찰 등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희생에 안타까워하셨다”고 회고했다. 이어 “이 시대의 과오는 모두 당신이 짊어지고 갈 테니 미래세대는 우리 역사를 따뜻한 눈으로 봐주기를 간절히 원하셨다”고 적었다.
노 변호사는 “대통령으로서는 공과 과가 있지만 가족에게는 최고의 아버지였다. 단지 많은 시간을 함께 못 나눈 아쉬움이 클 뿐”이라며 “이제 그토록 사랑하던 조국과 가족을 뒤로하시고, 모든 것을 내려놓으시고 편하게 쉬시기를 바란다”고 마지막 인사를 올렸다.
앞서 노 변호사는 지난 27일 빈소인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5·18 희생자에 대한 가슴 아픈 부분, 그 이후의 재임 시절 일어났던 여러 일에 대해서 본인의 책임과 과오가 있었다면 너그럽게 용서해 달라”는 고인의 유언을 전했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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