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싹.다.정]은 매일같이 쏟아지는 뉴스와 정보의 홍수 속에 더 갈피를 못 잡겠는 일들, 이해하기 힘든 현상이나 사건, 복잡한 정책 등 궁금증을 싹 다 모아, 다정히 풀어드리는 코너입니다. 궁금한 일, 정리해줬으면 하는 이슈가 있다면 언제든 문을 두드려주세요.
코앞으로 다가온 단계적 일상회복, 이른바 ‘위드 코로나’ 전환에 곳곳이 들뜬 모습입니다. 동시에 불안감도 공존하지요. 더욱 중요해진 건 백신입니다. 위드 코로나에 숨은 뜻은 일상 속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받아들이고 살아간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인데요. 각자가 바이러스에 대항할 항체·면역력을 갖는 것이 그만큼 필수적이 되는 겁니다.
그래서 백신 관련 크고 작은 궁금증을 2회에 걸쳐 집중적으로 풀어드려 볼까 합니다. 첫 번째는 관심이 커진 추가 접종, 이른바 부스터샷과 항체 검사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백신 또 맞긴 싫은데…‘부스터샷’ 대체 왜
추가 접종은 영어식 표현으로 ‘부스터샷(booster shot)’으로 불립니다. 최근 미국을 비롯한 국제 뉴스에서도 초미의 관심사였습니다. 국내에서도 문재인 대통령 부부가 지난 15일 서울 국립중앙의료원 코로나19 중앙예방접종센터에서 추가 접종을 받은 걸 시작으로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요. 정부는 60세 이상 고령층, 면역 저하자, 코로나19 치료 병원이나 요양병원·감염취약시설 입소, 종사자를 대상으로 시행 중인 추가 접종을 11월부터 50대와 기저질환자, 얀센 백신 접종자에게까지 확대키로 했습니다.
1, 2차 백신 접종을 마무리하는 것만으로도 힘겹거나 겁났던 사람들로선 추가 접종은 부담스러운 게 사실입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백신 2차 접종만 완료하면 안전해진다는 것 같더니 ‘한 번 더’ 맞는 것이 권장되는 듯한 분위기가 당혹스럽다는 반응도 있습니다. 이런 부스터샷, 갑자기 왜 이렇게 강조되는 걸까요.
부스터샷을 이해하려면 먼저 백신에 대한 설명이 필요합니다. 모든 종류의 백신은 접종을 마치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효능이 감소합니다. 쉬운 예로 독감 예방접종은 매년 때가 되면 맞아야 하지요. 그래서 코로나19 백신도 매년 맞게 될 거라고들 예상했지요. 하지만 그 예상은 정확한 건 아니었습니다. 이제 개발된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코로나19 백신의 유효기간은 사실 아직까지 명확히 결론 난 게 없기 때문입니다. 질병관리청도 코로나19 백신 예방효과에 대해선 국내외에서 연구 중으로 아직 알려진 바 없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백신을 만든 제약업체들은 각자의 백신 효과가 서서히 떨어진다며 그 효과를 말 그대로 다시 증강하는(boost) 부스터샷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그러나 국내외 전문가들이나 당국의 입장은 10월 초·중순까지만 해도 모더나나 화이자 같은 고효능 백신의 경우 2회 접종으로 충분하다는 쪽에 가까웠습니다. 주사를 한 번 더 맞으면 다시금 면역 반응이 높아지는 건 맞지만 추가 접종을 안 해도 중증 예방효과 등은 일정 수준 이상 유지된다고 봤기 때문이죠.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델타 변이 등 코로나19 바이러스 변이 확산은 거셌습니다. 변이한 바이러스는 내성이 강해져 기존 항체나 면역을 뚫어버렸고, 백신을 맞고도 감염되는 이른바 ‘돌파 감염’이 만연해졌습니다. 위드 코로나 방역체계 전환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제어하기 힘든 ‘돌파감염’의 확산 부담은 너무 큰 것이었죠.
접종 5개월 만에 감염 예방효과가 3% 수준으로 급락하는 것으로 나타나 ‘물백신’ 논란을 일으킨 얀센 백신 사태도 광범위한 부스터샷 요구에 불을 댕겼습니다. 특히 국내의 경우 얀센 백신은 1회만 접종하면 되는 데다 미국 측 지원으로 30대 이상 예비군·민방위 등에 우선 공급돼 젊은 남성을 중심으로 148만명이나 접종한 터라 그 충격은 더 컸습니다.
부스터샷, 선택 or 필수? …“자가면역력 정도가 관건”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이 지난 28일 발표한 추가 접종 계획을 보면 1단계(10월) 면역저하자와 고령층, 의료기관 등에 이어 2단계(11월) 50대 및 전 연령 기저질환자, 얀센 백신 접종자, 접종 완료 후 6개월이 지난 우선 접종 직업군까지 대상이 확대됩니다. 3단계는 일반 국민 전체가 대상인데, 다만 시기 등을 검토한다는 걸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현재 부스터샷은 권고 사항입니다. 11월부터 필요해지는 ‘백신 패스’의 경우 부스터샷 대상자더라도 접종 완료 기준은 기존대로 1·2차(얀센 1차) 접종이라, 안 맞아도 달리 불이익은 없는 상태죠(다만 일상회복 2단계가 시작되는 12월 중순엔 부스터샷도 반영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선택권이 있는 셈이라 더 혼란스러운 측면도 있는데요. 전문가들은 똑같이 백신을 맞았더라도 자신의 애초 건강상태나 질환 여부 등 면역력을 잘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지금 당장 모두 다 부스터샷을 맞아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장기 이식을 했다거나 항암 치료를 한 경우, 기저 질환이 있는 경우 등은 부스터샷을 맞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백신을 접종한 뒤 시간이 흐르면서 줄어드는 것은 중화항체인데, 이는 몸에 바이러스가 들어오지 못하게 직접 방어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보통 건강한 사람들은 백신을 맞으면 이를 학습한 기억세포가 몸 안 혈액이나 골수에 깊숙이 남아 이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침투했을 때 싸워 이길 힘이 있는 몸이 된다는 게 천 교수의 설명입니다. 코로나19에 걸릴 수는 있지만 중증으로 악화하지 않고 나을 수 있게 된다는 얘깁니다.
반면 고령자나 기저질환자나 항암 등 투병생활을 오래 한 경우에는 백신을 맞아도 이 같은 면역반응이 안 생기기 때문에 감염 자체가 되지 않도록 중화항체를 형성하기 위한 부스터샷이 필요합니다. 천 교수는 “65세 이상 남성의 경우 같은 백신 접종 후 항체가 적게 생기는 게 확인된다. 80세 이상의 경우 2차까지 맞아도 중화항체가 측정이 안 될 정도로 낮게 생긴다”면서 “외부 자극에 대한 반응이 굉장히 적은 것이라서 이런 경우엔 부스터샷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어 의료진이나 요양병원 종사자 등의 경우 그런 약한 대상을 감염시킬 수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감염 자체를 차단하기 위한 부스터샷이 강력히 권고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김신우 경북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항체 투입이) 많이 필요한 사람이 있고 적게 필요한 사람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면역이 워낙 떨어져 있어 기존에 한 예방접종에서 항체가 오래 유지되지 않거나 많이 생성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큰 그룹은 부스터샷이 강력히 권고된다는 얘깁니다.
다만 “일반인은 선호도가 다를 수 있고, 애초에 6~8개월 이후 항체가 백신 접종 직후 처음의 최고 농도에서 감소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내용인 만큼 본인들 선택에 맡겨 권하는 정도는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추가 접종은 기본 접종을 2차까지 마치고 6개월이 지난 시점부터 맞을 수 있습니다. 다만 항암 치료 등으로 면역이 저하된 경우나 얀센 백신 접종자는 기존 접종 2개월 이후부터 부스터샷을 맞을 것이 권장됩니다. 추가 접종을 할 백신은 얀센 백신을 제외하고는 가급적 기본 접종 때와 같은 종류로 맞으라는 게 당국의 권고입니다. 미국에서도 추가 접종은 가능한 한 기본 접종 때와 같은 종류로 맞을 것이 권장되고 있습니다. 총 3번을 접종하면서 1, 2, 3차 모두 다른 백신을 쓰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모더나 백신으로 추가 접종할 경우 가장 강력한 면역 효과를 냈다는 미국의 연구 결과가 있지만 이 기준만으로 백신을 선택할 건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천 교수는 “모더나 주사 용량 자체가 화이자의 3배가 넘는다”면서 “당연히 (항체 형성률이) 높게 나올 텐데 그만큼 부작용도 클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송경호 분당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여러 효능 평가자료가 보고되고는 있지만 어떤 부스터샷이 가장 좋을지는 아직 충분한 근거가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부스터샷 고민…항체검사 받아볼까요?
부스터샷 얘기가 나오면서 관심이 높아진 것 중 하나가 항체검사입니다. 항체검사를 해봤더니 ‘중화항체’가 없는 것으로 나왔다면서 자신이 맞은 백신이 무용지물이었느냐는 불만스러운 목소리도 심심치 않게 들립니다. 정말 그런 걸까요?경북대병원 김 교수는 “항체검사를 일반적으로 권하지 않는다”면서 설명을 시작했습니다. “항체검사가 아주 많은데, 정확히 뭘 했는지 알기도 힘들고 간이검사는 부정확하다”는 것입니다. 크게 신뢰할 만한 수준이 아닌 것을 굳이 비용을 내가며 받는 것보다 정해진 때 필요에 맞게 백신 접종을 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게 김 교수의 조언이었습니다. 김 교수는 중화항체가 안 나왔다는 검사 결과에 대해서도 “통상 mRNA 백신이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중화항체를 잘 만든다”면서 “개인적인 차이가 있겠지만, (항체가 없게 나왔다는) 검사 결과를 신뢰하기 힘들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분당서울대병원 송 교수도 “중화항체란 일반 항체와 달리 간단히 검사하기 어렵고 원칙적으로 살아 있는 바이러스를 이용한 검사가 필요하다”면서 “일반적인 간이검사로 중화항체 존재 여부를 확인하긴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때문에 부스터샷을 맞을 때 항체 생성 여부를 확인하고 투약하는 것이 불필요하다는 설명입니다. 송 교수는 그러면서 “중화항체가 아닌 다른 항체들도 인체 안에서 면역 기능을 도와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데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연구 목적이 아닌 이상 모든 사람이 본인의 중화항체 존재 여부를 확인하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습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김미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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