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촬영 명소로 입소문을 탄 충북 단양의 이끼터널이 일부 몰지각한 관광객들의 ‘낙서판’으로 변했다. 터널 벽에 이름이나 기호·문구를 새기는 이들이 하나둘 늘면서 터널 전체가 낙서로 가득찬 것이다.
단양군 적성면의 이끼터널은 이끼로 가득 찬 최고높이 5m, 길이 230m의 옹벽이 도로 양쪽으로 펼쳐지며 아름다운 녹색 풍경을 자랑한다.
녹색 빛의 장소가 만들어내는 환상적인 분위기에 주말이면 ‘인생샷’을 건지려는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곳이다.
하지만 정면에서 바라본 터널의 벽은 온갖 낙서로 얼룩진 모습이다. 양쪽 벽면에는 누군가의 이름과 하트 모양 등 각기 다른 종류의 낙서가 빼곡히 들어차 있다. 쉽게 손이 닿는 지점까지는 성한 곳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이끼 훼손이 심한 상태다.
단양군은 이끼터널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사진 명소로 널리 알려진 이후부터 이끼 보호에 나서고 있다. 관광객이 늘면서 훼손이 심해지자 2016년 터널 벽 위에 관개시설을 설치해 꾸준히 수분을 공급해 이끼 보호에 나섰다.
하지만 훼손된 이끼가 자연 복원되기까지는 2년 넘는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이끼 보호를 당부하는 안내판을 세우고 낙서를 할 수 있는 조형물까지 별도로 설치해놨다.
단양군 관계자는 “이끼터널을 찾는 관광객이 주말에는 5000명이 넘는다”며 “자연이 선물한 아름다움을 오래 감상하고 즐길 수 있도록 이끼 보호에 협조해달라”고 말했다.
단양 이끼터널은 일제 강점기인 1942년 개통된 중앙선 철도의 일부였다. 이후 1985년 충주댐이 완공되면서 철로를 걷어내고 포장도로로 만드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형성됐다.
이주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