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줄 풀린 개에 물어뜯겼는데…견주는 “보험사가 처리할 것”

입력 2021-10-30 00:02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지난 8월 경남 사천의 한 마을에서 중년 여성이 진돗개에게 팔을 물어뜯겨 뼈가 부러지고 긴급 피부이식수술을 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피해자는 한 달 반가량 병원 치료를 받고도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지만 견주 측은 보험사가 알아서 처리할 것이라며 소극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신을 피해 여성의 아들이라고 밝힌 작성자 A씨는 28일 국민청원 게시판에 “개 물림 사고에 대한 책임을 법적으로 강화시켜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청원을 올렸다.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도 CCTV 화면을 촬영한 것과 함께 사고 상황을 설명하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게시글을 올렸다.

A씨에 따르면 지난 8월 12일 오후 1시쯤 경남 사천시에 있는 비닐하우스 앞 길가를 지나던 A씨의 어머니에게 진돗개가 달려들어 오른팔을 물었다. 개에 물린 어머니가 쓰러졌는데도 개는 어머니를 계속 공격했다. 이를 목격한 아버지와 마을 주민이 달려들어 개를 쫓았지만 개는 어머니의 오른팔을 더 세차게 물고 흔들며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개를 겨우 제압하고서야 피범벅이 된 어머니는 인근 대학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비닐하우스 앞 길가를 지나던 피해자에게 목줄이 풀린 진돗개가 달려들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A씨는 “어머니가 개에게 목과 다리, 오른팔과 왼팔을 물렸다”며 “이 사고로 어머니는 오른팔 뼈가 부러지고 살을 물어 뜯겨 긴급 수술을 했다. 이후 피부이식수술도 받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이로 인해) 어머니는 간뿐 아니라 시력도 나빠졌고 항생제가 강하다 보니 계속 졸려 일상생활이 어려워 우울증까지 호소하고 있다”며 “작은 상처로도 감염에 의한 피해가 우려되는데, 개에게 물어뜯기고 (피부 등이) 갈기갈기 찢어졌으니 그 고통이 어떤지 짐작조차 하지 못하겠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한 달 반 만에 퇴원한 어머니는 정상적으로 사용하던 팔이 마음대로 되지 않고 회복을 하더라도 오랜 시간이 걸려 예전처럼 정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며 “한순간의 사고로 희망을 잃어버린 어머니는 매일 눈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A씨는 견주 측이 평소에도 개에 대한 관리가 미흡했고, 큰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적극적으로 보상해 주려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A씨는 과거에도 묶어놨던 목줄이 풀려 개가 돌아다닌 적도 몇 번이나 있었고, 광견병 주사 등 필요한 예방접종조차 맞히지 않았다며 견주의 관리 소홀을 지적했다.

그는 “가해 견주 측은 처음엔 치료도, 보상도 다 해줄 것처럼 말하고 하우스 일도 도와주겠다고 적극적이더니 지금은 ‘일상배상책임 보험에 가입돼 있어 보험사에서 처리할 것’이라며 본인들이 보상해 줄 수 있는 금액을 정해놓고, 그 이상 못 해준다고 한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러면서 “일상배상책임 보험을 통해서 받을 수 있는 위자료는 생사를 넘나들었던 그 시간과 앞으로 겪을 일, 트라우마 등등에 비하면 터무니가 없는데 그들이 제시한 보상금액도 터무니가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개를 관리하지 못할 거면 키우지를 말았어야 했고, 스스로 목줄을 풀고 다녔던 일이 몇 번이나 있었는데도 그에 대한 대응이 부족했다”며 “견주 측은 심지어 자기들이 하지 않은 일이고, 개가 한 일을 가지고 본인들이 책임져야 한다는 말까지 내뱉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사람의 생사가 오갔던 일인데 개 물림 사고에 대한 처벌 수위와 벌금은 너무 낮다”며 “반려견을 키웠고, 강아지를 너무 좋아하지만, 견주 측 태도에 정말 화가 난다”며 개 물림 사고에 대한 책임을 법적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천현정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