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 주자로 나선 홍준표, 유승민 후보가 29일 일대일 맞수 토론에서 신경전을 벌였다. 토론회는 공약의 허점을 파고드는 유 후보의 공세를 홍 후보가 방어하는 정책 공방전 양상으로 전개됐다. 유 후보는 ‘경제 대통령’으로서의 자신의 역량을 부각하며 본선 경쟁력을 강조했다.
이날 서울 마포구 채널A 상암 스튜디오에서 열린 일대일 맞수 토론에서는 유 후보가 먼저 포문을 열었다. 그는 “4년 전 대선 출마 때와는 다르다. (홍 후보의) 이번 공약은 좋게 말하면 화끈하고 나쁘게 말하면 너무 보수적이고 극우적인 포퓰리즘”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홍 후보는 “4년 전 공약을 발표할 때는 대선 준비가 전혀 안 돼 있었다. 당에서도 공약을 마련해주지 않았다. 당 지지율이 4%에 불과한데 나가라고 해서 불가피하게 나갔지만, 당도 저도 준비가 안 돼 있었다”며 “지난 4년을 거치며 공약을 많이 손질했다”고 맞받았다.
유 후보는 홍 의원의 공약을 고리로 공세를 이어갔다. 그는 홍 후보가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공매도 완전 폐지, 모병제 전환, 대학입시 정시모집 100%, ‘쿼터아파트’(토지임대부 아파트) 등을 일일이 언급하며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공매도 완전 폐지에 대해서는 “퍼펙트 스톰을 걱정하면서 다른 나라들도 하지 않는 공매도 완전폐지 등 악영향을 줄 정책을 얘기한다. 아주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했고, 모병제는 “저소득 저학력층 집 자제만 군대에 가게 된다”고 했다.
유 후보는 4명의 후보 중 유일한 현역병 출신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대학 강의에서 군대 체질인 사람들이 있다고, 그런 사람들이 군대 가면 된다고 했다. 방위 다녀온 홍 후보님은 군대 체질인가”라고 물었다.
잠시 생각하던 홍 후보는 “가보니 군대 체질은 아니지만 그 말도 일리가 있다. 좀 사는 집 자제들도 군에 갈 수 있고 해병대 지원 10대 1이나 된다”라고 했다.
유 후보는 홍 후보의 수능 100% 실시 공약에 대해서 “학원을 더 많이 가야 하고 강남 8학군에 다 몰린다. 또 포스텍같이 100% 수시 모집하는 대학은 어찌할 건가. 그런 공약은 철회하는 게 낫다”고 평가했다.
홍 후보가 “대통령이 되고 나서 살펴보겠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하자“대통령 되려고 하는 사람이 공약을 낼 때 잘 내야죠”라고 몰아세우기도 했다.
유 후보는 홍 후보가 핵심 부동산 공약으로 제시한 쿼터아파트 역시 실정에 들어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주변 시세 분양가가 6억원인데 토지임대부 아파트가 2억원이고, 시간이 지나면 시세가 비슷해져 로또 당첨처럼 된다. 환매조건부를 붙여도 10년이 지나면 로또”라고 질타했다.
홍 후보의 서민복지공약에 대해서도 질문을 던졌다. 유 후보가 “세금은 낮추고 복지는 어떻게 할 건가. 문재인 정부 복지 예산 중에 뭘 잘라낼 건가”라고 묻자 홍 후보는 “2중 지급 등 정비하고 전달체계 정비해 고정비용을 줄이고 다른 예산에서 복지로 끌어 오자는 거다. 경남지사할 때 증세 없이도 복지 예산을 타 지자체보다 많이 지출했다”고 답했다.
유 후보가 경제 정책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서로에게 직책을 권하는 장면도 연출됐다. 유 후보의 설명을 들은 홍 후보는 “경제부총리 하면 안 되겠느냐”고 물었다. 유 후보 스스로 경제전문가임을 강조하다 오히려 그 이미지에 갇혔다는 점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유 후보는 홍 의원에게 “제가 대통령이 되면 홍 후보를 법무부 장관으로 할까 싶은데 어떤가”라고 맞섰다. 이에 홍 후보는 가볍게 웃으며 “시켜주면 좋다”고 답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