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동방송 이사장 김장환(88) 목사가 민간외교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서울국제포럼 영산외교인상 위원회가 수여하는 ‘2021 영산외교인상’을 수상했다. 영산외교인상은 매년 외교 일선에서 국익·국가 이미지 제고에 노력한 정부·민간 인사에게 주어지는 상이다.
서울국제포럼(이사장 이홍구)은 29일 서울 마포구 극동방송에서 제13회 영산외교인상 시상식을 열고 김장환 목사에게 상패와 상금을 수여했다.
영산외교인상 임성준 위원장은 심사보고에서 “김장환 목사는 1973년 여의도 광장에 100만 인파가 운집했던 빌리 그레이엄 전도대회 통역을 통해 국내외에 널리 알려졌고, 2000년에는 침례교세계연맹(BWA) 총회장으로 피선돼 세계적인 종교 지도자로 활동하면서 우리나라를 올바르게 알리는 민간 외교에 크게 기여했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김 목사는 지미 카터 대통령이 1977년 주한미군 철수 계획을 발표하자 이를 설득해 철회시켰다. 전·현직 대통령 방미 정상회담 때는 미국의 정관계 인맥을 통해 의회 연설을 추진했다. 매년 극동방송 어린이 합창단의 미국 순회공연을 통해 한국전 참전용사 위문 활동을 하며 한미동맹 관계 발전에도 이바지했다.
김 목사는 “영산외교인상을 받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면서 “극동방송 어린이 합창단을 데리고 미국 순회공연을 64번 다녀왔다. 2016년 뉴욕 카네기홀에서 참전용사들 앞에서 감사 찬양을 불렀을 때 유명한 전 외교장관이 ‘외교관 100명이 가도 이런 외교를 못한다’며 감탄했던 기억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이어 “5000만 민족이 다 외교를 해야 한다는 소신을 가지고 살아왔다. 극동방송을 도와주는 많은 분께 감사드리고 임직원을 대표해 받는 상으로 여기고 감사히 받겠다”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축사를 통해 “김 목사님은 정부가 할 수 없거나 손이 닿지 못하는 외교 분야에서 탁월한 리더십으로 국익 증진에 발전에 기여하고, 인적 네트워크를 이용해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였다”면서 “그야말로 민간외교의 표상”이라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유엔 사무총장 재직 시절 겪은 일화도 소개했다. 그는 “김 목사님은 2013년 내전으로 대규모 난민이 발생한 시리아 난민촌 ‘자타리 캠프’에 주거용 컨테이너 400개를 공급했다. 또한 2016년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유엔 국제조찬기도회에서 세계 각국 대사 250여명 앞에서 ‘한 사람의 힘’을 주제로 설교했다. 감동적인 설교에 전 세계 대사들이 기립박수를 보냈고, 그 설교를 통해 사랑을 통한 평화를 전 세계에 흘려보냈다. 유엔과 민간이 다 하지 못하는 일을 하는 것을 보며 마음 깊이 존경하게 됐다”고 밝혔다.
최종문 외교부 2차관은 “지난 7월에는 우리나라가 개도국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격상됐다. 2년 연속 G7 정상 회의에 초청받으며 국제사회에서 높아진 위상도 확인할 수 있었다. 변화된 위상은 자부심뿐 아니라, 국제사회에 대한 책임도 함께 부여한다”면서 “김 목사님이 걸어온 길이야말로 변화된 우리 위상에 걸맞은 귀감이 되고 있다. 대한민국 사회와 더 많은 국민이 높아진 문화를 국제사회에 기여하는 데 앞으로도 앞장서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상금으로 받은 1000만원을 서울국제포럼 이름으로 미국 워싱턴DC 내셔널몰에 있는 한국전 참전용사기념공원 ‘추모의 벽’ 건립을 위한 성금으로 기증했다. 2022년 6월 완공을 목표로 세워지는 ‘추모의 벽’에는 전사자 4만3769명(미군 3만6595명, 카투사 7174명)의 이름과 참전국 수, 부상자 수가 새겨진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