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왱] 인터넷 먹통인 크롬 화면에 공룡이 나오는 이유

입력 2021-10-31 06:00 수정 2021-10-31 06:00

*‘취재대행소 왱’은 국민일보에서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입니다. 독자들이 취재 의뢰한 내용을 취재해 전달합니다.

인터넷이 끊겨도 핸드폰으로 할 수 있는 게임이 있다. 무려 전세계에서 한 달에 2억7000만회 정도나 플레이되는 게임인데, 바로 인터넷이 안 되는 곳에서 크롬 브라우저를 실행하면 나오는 공룡으로 하는 게임이다. 유튜브 ‘취재대행소 왱’에 댓글로 “크롬하다 인터넷 끊기면 나오는 게 왜 하필 공룡인지 취재해 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구글 크롬 디자인팀의 공식입장은 ‘와이파이가 없는 환경은 마치 황폐한 선사시대와 같기 때문’이라는 것. 그 선사시대의 주인공으로 1억6500만 년 전 지구를 호령했던 공룡이 제격이기 때문에 공룡을 사용했다는 말이다. 처음 크롬 디자인팀이 생각했던 건 발차기를 하는 90년대 고슴도치와 으르렁거리는 캐릭터였는데, 생각해보니 이 주인공은 데이터가 없는 오프라인 환경에서 등장해야 했고, 구형 안드로이드 폰에서 오류없이 실행되려면 최대한 단순하고, 점프나 엎드리기 같은 기본적인 동작만 수행해야 했다. 그래서 팔이 짧은 공룡이 낙점된 것. 여기에 약간의 픽셀 아트에 대한 존경을 불어넣어서 지금 이 공룡이 크롬의 상징이 됐다.

이밖에도 크롬에 반드시 공룡이 있어야만 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1970년대 전설적인 록 밴드 티렉스의 프론트맨 ‘마크 볼란’이 ‘Chrome Sitar’라는 노래를 부른 적이 있는데, 크롬 디자인팀은 마크 볼란이 크롬 시타르라는 노래를 불렀다는 이유로 크롬 화면에 볼란이 소속된 그룹 이름인 티렉스, 즉 티라노사우루스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크롬에 공룡 이미지를 넣는 프로젝트를 추진했고 이 프로젝트의 이름도 이런 이유로 ‘볼란’이 된 것.


또 이건 구글의 공식 설명은 아니지만 와이파이 모양을 45도 기울이면 떨어지는 운석을 닮았는데 운석이 떨어지면 공룡이 멸종한다는 걸, 운석=와이파이, 와이파이가 생기면 공룡이 사라진다는 걸로 비유했다는 설도 있다. 또 다른 해석으로는 IP주소에 연결할 수 없을 때 뜨는 ‘DNS error’ 발음이 ‘dinosaur(공룡)’의 발음과 비슷하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런데 신기한 건 이 공룡 화면에 스페이스바를 누르면 게임이 실행된다. 스페이스바를 누르면 갑자기 공룡이 마구 뛰기 시작하는데 스페이스바를 다시 누르면 점프하고 아래쪽 화살표를 누르면 엎드린다. 다가오는 선인장이나 익룡(프테라노돈)을 피해야 하는데 점점 속도가 빨라져 게임이 어려워진다. 게임을 하다 갑자기 와이파이가 연결되면 와이파이, 즉 운석을 맞은 공룡이 사라져 게임이 중단되는데 검색창에 ‘chrome://dino’를 입력하면 게임을 플레이 할 수 있다.

재밌는 건 ‘공룡 달리기’ 게임이 인터넷이 자주 끊기는 인도와 브라질, 인도네시아, 멕시코에서 많이 플레이됐다는 사실이다. 전 세계에서 한 달에 2억7000만회 정도나 플레이된다는데 한국은 인터넷이 잘 돼 있어서 오히려 이 공룡의 존재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더라.

관련 영상은 유튜브 ‘취재대행소 왱’에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