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대행소 왱’은 국민일보에서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입니다. 독자들이 취재 의뢰한 내용을 취재해 전달합니다.
지난 3월 29일, 한 남녀가 롯데월드몰에서 그라피티 아트를 발견 후 바닥에 놓인 붓으로 정성 들여 덧칠을 했다. 그런데 이 작품은 세계적인 그라피티 예술가 존원이 2016년 내한해 그린 ‘STREET NOISE(거리의 소음)’로 5억원 상당의 예술품. 존원은 ‘내 그림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져 속상하다’며 원상복구를 원했고 수리비 1000만원 일부를 연인 앞에 청구했다. 유튜브 ‘취재대행소 왱’에 댓글로 “롯데월드몰 낙서 커플은 손해배상을 다 했는지 취재해 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커플은 수리비 1000만원을 배상하지 않아도 된다. NFT 미술품 플랫폼 업체인 ‘닉플레이스’가 낙서된 작품을 통째로 사들이며 ‘없던 일로 하자’고 말했기 때문. 대신 한 가지 단서를 달았는데 낙서하는 모습이 담긴 CCTV 초상권을 요구하지 말라고 부탁했다.
이어 닉플레이스는 이 CCTV 영상을 10억원에 팔겠다고 발표했는데, 정말인지 연락해 물어보니 돌아온 대답은 “세계적인 작가 존원의 작품. 이것을 본 관람객 두 명이 참여예술인 줄 알고 아래의 붓과 페인트로 작품에 그은 3개의 획, 아무도 말리지 않고 오직 CCTV만 지켜볼 뿐인 그때의 상황이 아이러니해 하나의 예술이 될 수 있다.” 그러니까 닉플레이스 설명은 연인들이 낙서하는 이 상황 자체가 예술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이 영상, 그냥 복제하면 되잖아? 이게 어떻게 10억원이나 할 수 있지?”에 대한 닉플레이스 대답은 이 영상 원본을 대체 불가능한 토큰인 NFT(Non-Fungible Token)로 만들었기 때문에 복제할 수 없다는 것. 여기서 NFT란 비트코인처럼 블록체인의 일종이지만 1비트코인과 1비트코인이 등가 교환할 수 있는 것과 달리 등가 교환할 수 없는 고유성을 지닌 블록체인이다. 세상에서 유일한 것이니 예술품으로 따지면 복제품이 아니라 진품이라는 설명.
아니 그게 말이 돼? 싶지만 닉플레이스는 CCTV NFT 영상 구매를 문의한 연락이 꽤 들어오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닉플레이스는 존원의 ‘STREET NOISE’ 작품 자체도 컴퓨터 이미지 파일을 만들어 NFT로 수십 개 조각을 내고 그 조각을 팔았는데 9월 15일 사전예약을 시작하자마자 이틀 만에 3분의 1조각을 사겠다는 사람들이 나타났다고 했다. 작품 전시를 통해 얻는 수익을 NFT 조각을 가진 이에게 배당할 거라니 나름 주식과 비슷한 구조.
그래도 디지털 작품이란 게 원본과 진본을 구별하려면 컴퓨터 소스 코드까지 들여다 봐야 하는데 진품을 가졌다고 해서 구별이 될까 싶기는 한데… ‘별의 빛나는 밤에’를 그린 빈센트 반 고흐도 당시에는 예술계에서 완전한 비주류였다니 예술계의 미래는 알다가도 모를 일.
미국 크리스티 경매에서 ‘매일 첫 5000일’이라는 이 JPG 파일은 785억원이고,
사람들이 걸어 다니는 이 10초짜리 영상은 74억원에 팔렸다. 어쨌든 단 한 번의 낙서로 1000만원을 물게 된 연인이 난처함을 벗어나게 됐으니 다행인 것 같기는 하다.
관련 영상은 유튜브 ‘취재대행소 왱’에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