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 때문에 더 빨리 자랐고 더 빨리 세상을 알게 됐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9일 페이스북에 어린 시절 가난한 생활 형편 때문에 교사에게 뺨 27대를 맞은 사연을 공개했다. 이 후보는 지난 25일부터 페이스북을 통해 ‘웹 자서전’을 연재하고 있다. 이날은 세 번째 에피소드로 ‘뺨 스물일곱 대’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가난했던 초등학교 시절을 회상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후보는 “새마을운동으로 마을 길가에 코스모스를 심는 환경미화작업을 했다. 나는 엄마를 도와 땔감을 해오고 밭일을 하느라 작업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런데 그게 딱 걸렸다”며 “손바닥이 내 머리통을 향해 날아왔다. 선생님의 손이 퍽퍽 얼굴에 감기는데 정신이 아득했다”고 전했다.
그는 “미화작업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만이 이유는 아니었을 것”이라며 “맞아야 하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했던 나는 맞으면서도 선생님을 똑바로 바라본 채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그래서 더 많이 맞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날 내가 맞은 따귀는 스물일곱 대였다. 친구가 세어줘서 알았는데, 먼 친척인 친구는 그 장면을 오래 기억했다”고 적었다.
이 후보는 “크레파스나 도화지 같은 준비물을 학교에 챙겨간 적이 없다. 무슨 강조기간도 많아 그때마다 리본을 사서 달아야 했는데 그것도 못 챙겼다”고 회상했다. 이어 “또 봄가을이면 논밭에서 벼나 보리 이삭을 한 되씩 주워오라 했다. 아무리 열심히 주워도 쭉정이 한 홉 채우기조차 버거웠다”며 “아이들은 집에서 한 됫박씩 퍼오곤 했는데, 나는 몸으로 때웠다”고 말했다.
또 “아이들이 산과 들로 특활을 나가면 크레파스도, 도화지도 없는 나는 홀로 교실에 남아 있곤 했다”며 “적막한 교실엔 햇살만 푸졌고, 그 사이로 쓸쓸함, 외로움, 약간의 슬픔 같은 감정이 먼지처럼 부유했다”고 과거의 장면을 떠올렸다.
이 후보의 초등학교 성적표 행동란에는 ‘동무들과 사귐이 좋고 매사에 의욕이 있으나 덤비는 성질이 있음’이라고 적혀 있었다고 한다. 이 후보는 “덤비는 성질이 있음. 그게 무슨 뜻이었을까? 무엇에 덤빈다는 뜻이었을까? 무턱대고 도전한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가난이 죄가 아닐진대 가난하다고 겪어야 했던 부당함이 있었다”며 “어린 마음에도 부당한 일을 당하면 예민하게 반응했던 듯하다. 부당함에 대한 민감도가 남달랐다고나 할까”라고 말했다. 이어 “덤벼야 지킬 수 있는 것들이 있었다”며 글을 마무리했다.
이 후보는 웹 자서전을 통해 내년 2월 25일까지 4개월에 걸쳐 총 50여회 연재할 계획이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