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권 주자인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28일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의 핵심인물인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에게 수억원을 건넸다는 제보를 공개했다. 유 전 본부장은 황무성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에게 사퇴를 강요했다는 의혹을 받는 인물이다.
원 전 지사는 이날 국회에서 ‘유한기 수사촉구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는 “제가 확보한 공익 제보에 의하면 김만배씨가 2015년 유 전 본부장에게 대장동 개발 관련 수억원을 건넨 사실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대장동 개발 프로젝트에 반대하는 황무성 당시 사장을 강제 사임시키고, 초과이익환수조항을 삭제해 개발이익을 화천대유 관계자들에게 몰아주고, 대장동 개발 사업자 선정 과정 심사에 역할을 한 대가라는 게 원 전 지사의 설명이다.
유 전 본부장은 2015년 대장동 사업 추진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에서 사업 실무를 전담한 부서장이었다. 그는 화천대유가 포함된 하나은행 컨소시엄이 선정되는 과정에서 절대평가 심사위원장, 상대평가 소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최근 황 전 사장이 공개한 녹취록을 통해 유 전 본부장이 당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정진상 전 성남시 정책실장(현 이재명 캠프 총괄부실장)을 대신해 황 전 사장에게 사직서 제출을 강요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원 전 지사는 “화천대유로부터 대장동 프로젝트에 장애물이던 황 전 사장을 제거하고, 초과이익환수규정을 삭제하는 한편 심사과정에서 짜고 치는 고스톱으로 화천대유를 선정하는 세 가지 역할을 유 전 본부장이 하도록 김씨가 돈을 준 것”이라며 “검찰은 즉각 유 전 본부장을 구속수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 전 본부장은 황 전 사장에 대한 사임강요가 이재명 시장과 관련 있는지 여부가 수사쟁점으로 떠오르자 핵심 증인인 황 전 사장과 접촉을 시도하고 회유 협박하고 있다고 한다”며 “김만배, 유한기를 구속수사해 이재명 당시 시장과 공모관계를 명확히 밝혀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 전 지사는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금액과 돈을 건넨 과정 등 자세한 내용에 대해 알고 있지만 이를 공개하면 제보자의 신원이 감지될 수 있어 꼭 필요한 핵심만 밝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검찰이 공익제보자 보호 장치를 제공하면 내용을 상세히 제공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어 “아마 검찰이 주말 내로 김만배 등 핵심관계자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하는 시점이 다가오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 돈과 관련된 내용이 빠지는지 예의 주시하겠다”고 했다.
유 전 본부장 측은 이날 오후 입장문을 내고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금품수수 의혹과 관련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 김만배씨와는 일면식도 없고 연락처도 모르는 사이다. 당연히 돈을 받은 적도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허위사실을 유포해 계속해 저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서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황 전 사장에게 사퇴를 강요했다는 의혹에는 “황 전 사장은 재직 당시 사기사건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었는데 이를 공사에 알리지 않았다”면서 “우연한 기회에 이런 사실을 알게 됐고, 황 전 사장과 그나마 친분과 인연이 있는 사람으로서 재판이 확정돼 공사에 누가 되거나 황 전 사장 본인의 명예를 고려해 사퇴를 건의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황 전 사장이 공개한 녹취록에 자신이 ‘시장과 정 실장 지시’라고 언급한 데 대해선 “황 전 사장은 사퇴 의지가 없는 것으로 보여 (내가) 유 전 본부장을 거론하며 거듭 사퇴를 권유한 것”이라며 “황 전 사장은 자발적으로 사퇴하지 않고 임명권자를 운운하기에 내가 정진상 실장과 (이재명 당시) 시장 등을 거론한 것으로 사료된다”고 말했다.
현재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도 유 전 본부장이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 화천대유 관계자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정황을 잡고 사실관계를 확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 13일 유 전 본부장을 한 차례 불러 조사한 바 있다.
유 전 본부장이 황 전 사장을 몰아내는 데 관여한 혐의로 고발된데다 금품 수수 의혹까지 제기된 만큼 검찰이 그를 다시 불러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