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내부에서 ‘김정은주의’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집권 10년 차를 맞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독자적 통치이념을 정립함으로써 선대 수령 김일성·김정일과 동급의 반열로 자신을 격상시키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정원은 지난 28일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내부적으로 ‘김정은주의’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등 (김 위원장이) 독자적 사상체계 정립을 시작했다”고 보고했다고 정보위 여야 간사들이 브리핑에서 밝혔다.
국민의힘 간사 하태경 의원은 특히 “그동안 북한에서는 김일성·김정일주의만 있었는데 (김 위원장의) 집권 10년을 맞아 ‘김정은주의’를 독자적으로 정립하려는 노력이 있는 것 같다고 국정원이 설명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이 ‘김정은주의’라는 독자적인 사상 선포를 통해 선대의 후광에서 벗어나 본격적으로 정치적 홀로서기를 준비하려 한다는 것이다.
국정원에 따르면 ‘김정은주의’는 ‘김일성·김정일주의’에 이은 새로운 사상체계이자 통치이념으로 부각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에서 ‘김일성주의’는 김정일 후계시절에 사상으로 정립됐다. ‘김정일주의’는 김정일 집권 시기인 1999년에 완성됐고 2016년 제7차 당대회에서 ‘온 사회의 김일성 김정일주의화’가 당 최고강령으로 선포됐다. 이에 따라 7차 당대회 회의장 정면에는 김일성 김정일 초상화가 정중앙에 배치됐었다.
그러나 김정은 집권 10년차를 맞은 지난 1월 8차 당대회에서는 ‘온 사회의 김일성·김정일주의화’라는 표현이 사라졌다. 대신 김정은 위원장의 ‘유일적 영도체계’가 강조됐다.
7차 당대회장 정면에 자리했던 김일성·김정일 초상화도 내려지고, 노동당의 대형마크가 자리했다. 김정은의 노동당 영도체제 중시 맥락이지만, 사실상 ‘김정은주의’ 독자노선화의 움직임이 이때부터 감지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정원은 또 김 위원장이 ‘1호 신소’를 직접 관장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이날 밝혔다. 신소는 북한 주민들이 국가기관 및 공무원들의 부당한 행위로 권리가 침해됐을 때 이를 회복하기 위해 제기하는 것인데, 1호 신소는 김 위원장에게 직접 청원을 올리는 남측의 ‘청와대 국민청원’과 유사한 개념이다.
이를 놓고 김 위원장이 일반 주민들의 청원을 직접 챙김으로써 사회 속에 ‘김정은주의’를 뿌리내리려 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왔다.
신소 문제를 관장하는 당 중앙위원회 전문 부서 규율조사부가 따로 있음에도 김 위원장이 이를 직접 챙기는 것은 밑바닥 민심을 직접 들으며 주민들의 충성심을 고취하겠다는 의지라는 것이다.
‘김정은주의’의 공식화는 사실상 김정은이 자신의 사상적 지위가 마르크스-레닌주의, 스탈린주의, 모택동 사상, 김일성-김정일주의 등과 같은 반열에 올랐다고 선포하는 의미를 갖는다. 자신을 절대 권력화 하는 조치인 셈이다.
아직 북한 매체들은 공개적으로 ‘김정은주의’라는 용어를 쓰지는 않고 있다. 내부적으로 ‘김정은주의라’는 사상을 설파하는 단계를 거친 뒤 공식화 수순을 밟아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