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연일 ‘노무현·문재인정부 계승론’을 펼치며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언급했던 ‘정권교체론’과 선을 긋고 있다. 경선 후유증이 아직 치유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른바 ‘집토끼’를 먼저 잡은 후 외연 확장에 나서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선(先) 집안 단속, 후(後) 지지층 확대’ 전술이다.
이 후보는 지난 26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문 대통령과 만나 “대통령님의 시정연설을 보니 제가 하고 싶은 얘기가 다 들어있어서 너무 공감이 많이 됐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특히 2017년 민주당 대선 경선을 언급하며 “제가 모질게 한 부분에 대해 사과한다”고 했다. 당시 문재인 후보를 거칠게 몰아붙이면서 깊은 감정의 골이 생긴 강성 친문 지지층을 끌어안기 위해 몸을 한껏 낮춘 것이다.
이 후보는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은 지난 22일에도 “노 전 대통령이 가고자 한 길은 제가 말씀드리는 대동세상과 똑같다”면서 “노 전 대통령이 열어주신 길을 따라 끝까지 가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권양숙 여사의 말을 빌어 ‘노 전 대통령과 가장 많이 닮은 후보’라는 점을 부각하려 애썼다.
이 후보가 이렇게까지 노무현·문재인정부 계승론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최근 송영길 대표가 언급한 ‘이재명정부 정권교체론’에 대한 당내 반발 기류를 잠재우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송 대표는 지난 18일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문재인정부의 기본 노선과 장점을 계승하지만 그대로 단순 재생산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 후보가 당선되는 것도 새로운 정권을 창출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민주당 지도부와 이 후보가 현 정부와 차별화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다. 친문계인 김종민 의원은 “‘이재명이 되면 문재인정부를 혼내줄 수도 있는 거냐’는 오해를 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 측 핵심 관계자는 28일 “송 대표의 발언은 전체 맥락을 보면 문재인정부의 발전적 계승을 언급한 것”이라면서도 “다만 ‘새로운 정권창출’이나 ‘차이’ 같은 단어를 써서 오해의 소지를 제공한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이 후보 측 한 의원은 “대선까지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다”며 “이번 대선은 양쪽에서 표를 싹싹 긁어 치르게 될 것이기 때문에 지금은 일단 우리 지지층을 최대한 결집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 후보 측에서는 열린민주당과 기본소득당, 시대전환 등 범여권 정당과 빠르게 통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