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는 ‘천원밥상’의 도시…5·18 공동체 정신이 뿌리

입력 2021-10-28 10:43

빛고을 광주가 ‘천원 밥상’을 통해 공동체 정신을 나누고 있다. 전남대와 대인시장에서 지갑이 얇은 대학생·소외계층의 끼니 해결사 역할을 수년째 하는 중이다.

28일 전남대에 따르면 아침밥을 먹지 못한 대학생들을 위해 2015년부터 광주캠퍼스 제1학생회관 식당과 화순캠퍼스 여미샘 식당에서 따뜻한 밥과 깔끔한 반찬을 곁들인 천원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학생복지 차원에서 국립대 최초로 도입한 천원밥상은 주머니가 가벼운 대학생이 낸 1000원에 대학발전기금과 정부(농림수산식품문화정보원)가 1000원씩 분담한 2000원을 더해 3000원짜리 실속형 식단을 학생들의 아침 식사로 제공하는 것이다.

올해 들어서는 코로나19로 운영 기간이 줄어든 지난해 1만2000여 명보다 5000여 명 많은 1만7000여 명이 시중보다 저렴한 천원밥상을 이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남대 천원밥상은 공휴일과 토·일요일을 제외한 매일 아침 8시부터 8시 50분까지 먹을 수 있다.

전남대가 처음 도입한 천원밥상(건강밥상)은 현재 서울대와 부산대 등 전국 20여 개 대학으로 퍼져 아침밥을 거르기 쉬운 학생들의 수호천사가 되어주고 있다. 올해 들어서도 울산대가 이 대열에 동참했다.

광주 천원밥상의 원조는 대인시장 ‘해 뜨는 식당’이다. 이곳에서는 혼자 사는 노인, 일용직 노동자 등을 위해 2010년부터 1000원짜리 한 장으로 사 먹을 수 있는 백반을 팔고 있다.

공짜 밥은 자존심이 상할 수 있으니 당당하게 돈을 내고 먹으라고 정한 1000원의 가격은 그동안 한 차례도 올리지 않았다.

한 달 평균 200만 원의 적자를 감수해야 하지만 어려운 이웃을 외면할 수 없어 해 뜨는 식당은 문을 닫지 못하고 있다. 소외된 이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는 이 식당은 푸짐한 쌀밥 한 그릇과 정성 가득한 3~4가지 반찬을 기본으로 된장국을 곁들인다.

첫 운영자 김선자(1942) 씨가 2015년 3월 대장암으로 타계한 이후 막내딸 김윤경(48) 씨가 바통을 물려받은 해 뜨는 식당은 지난 5월 2021년 광주시민 사회봉사 대상을 받았다.

광주시민들은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주먹밥’을 만들어 나눠 먹은 ’광주공동체’ 정신이 그 뿌리가 된 게 아니냐고 해석하고 있다.

굶주림에 허덕이는 이웃과 서민들의 고달픈 삶을 공동체 정신으로 극복하자는 사회적 공감대가 광주 지역사회에 시나브로 형성돼 왔다는 것이다. ‘선한 영향력’이 소외된 지역사회 구성원들을 지켜주고 있는 셈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총칼의 위협에도 발휘된 대동 정신이 광주공동체 정신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천원밥상이 살맛 나는 지역사회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