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장학퀴즈로 묻냐.”
27일 열린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토론회에서 홍준표 의원이 원희룡 전 제주지사의 ‘압박 질문’에 내놓은 답이다. 원 전 지사가 ‘수소 문답’에 이어 이번에는 탄소세 정책에 관한 홍 의원의 답변을 압박하면서 나온 장면이다.
원 전 지사는 이날 “오늘은 수소를 묻지 않겠다. 공부를 하셨을 테니까요”라며 포문을 열었다. 앞서 벌어졌던 수소 공방을 상기시킨 것이다. 홍 의원은 지난 18일 “수소를 뭐로 만들 거냐”는 원 전 지사의 질문에 “수소가 H₂O”아니냐고 답변해 빈축을 샀다. 홍 의원은 이후 “수소를 어떻게 만드는지 사실 몰랐다”며 “대통령은 각 분야 통치 철학만 확고하면 되지 않느냐”고 항변했다.
원 전 지사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탄소세를 추진하겠다고 한다”며 “탄소세 정책에 대해 어떻게 대응 논리를 펼치겠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홍 의원은 “이재명 정책에 대한 토론은 이재명과 붙을 때 이야기하겠다”며 “원 후보의 정책을 설명하라”고 답을 피했다. 그다음 두 후보는 다음과 같이 입씨름을 벌였다.
“제가 질문을 했는데 왜 답변을 안 하십니까?”(원희룡)
“이게 무슨 장학퀴즈 식으로 물으니까….”(홍준표)
“대통령 되겠다는 사람이 탄소세에 대한 입장이 없어요?”(원희룡)
“원 후보의 입장은 무엇입니까?”(홍준표)
“왜 나를 묻습니까? 먼저 얘기하세요.”(원희룡)
“딱 질문이 야비하게 느껴지니까 제가 답변을 안 하는 겁니다.”(홍준표)
원 전 지사가 다시 “대통령이 되신다면서 탄소세를 어떻게 하실 거냐. 국제회의 나가면 바로 물어볼 텐데”라고 압박하자 홍 의원은 “그건 국제회의에 나가서 답변하겠다”고 받아쳤다.
이에 원 전 지사는 “본선 가서도 그렇게 하실 거냐”고 지적했고, 홍 의원은 “본선 가서는 그렇게 안 한다. 훨씬 잘한다”고 반박했다. 이 과정에서 원 전 지사는 “왜 답은 안하고 비아냥거리느냐”며 “사과하라”고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2025년부터 시행될 고교학점제를 두고도 비슷한 상황이 반복됐다. 원 전 지사가 “언제 시행하는지 알고 있느냐”고 묻자 홍 의원은 “이 정권의 교육정책은 제가 대통령이 되면 전부 바꿔야 한다. 의미가 없다”고 다시 답하지 않았다.
결국 원 전 지사와 홍 의원 간 토론은 말꼬리를 잡는 식으로 이어지다 알맹이 없이 마무리됐다. 토론이 끝난 뒤 유승민 전 의원은 “두 분 사이에 있으니 귀가 아프다”고 뒷말을 남겼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