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압박 질문에’ 홍준표 “뭔 장학퀴즈냐”

입력 2021-10-28 09:43 수정 2021-10-28 10:54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27일 오후 강원 춘천시 동면 G1 강원민방에서 열린 강원지역 합동토론회에 참석해 토론 준비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석열, 원희룡, 유승민, 홍준표 후보. 연합뉴스

“무슨 장학퀴즈로 묻냐.”

27일 열린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토론회에서 홍준표 의원이 원희룡 전 제주지사의 ‘압박 질문’에 내놓은 답이다. 원 전 지사가 ‘수소 문답’에 이어 이번에는 탄소세 정책에 관한 홍 의원의 답변을 압박하면서 나온 장면이다.

원 전 지사는 이날 “오늘은 수소를 묻지 않겠다. 공부를 하셨을 테니까요”라며 포문을 열었다. 앞서 벌어졌던 수소 공방을 상기시킨 것이다. 홍 의원은 지난 18일 “수소를 뭐로 만들 거냐”는 원 전 지사의 질문에 “수소가 H₂O”아니냐고 답변해 빈축을 샀다. 홍 의원은 이후 “수소를 어떻게 만드는지 사실 몰랐다”며 “대통령은 각 분야 통치 철학만 확고하면 되지 않느냐”고 항변했다.

원 전 지사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탄소세를 추진하겠다고 한다”며 “탄소세 정책에 대해 어떻게 대응 논리를 펼치겠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홍 의원은 “이재명 정책에 대한 토론은 이재명과 붙을 때 이야기하겠다”며 “원 후보의 정책을 설명하라”고 답을 피했다. 그다음 두 후보는 다음과 같이 입씨름을 벌였다.

“제가 질문을 했는데 왜 답변을 안 하십니까?”(원희룡)

“이게 무슨 장학퀴즈 식으로 물으니까….”(홍준표)

“대통령 되겠다는 사람이 탄소세에 대한 입장이 없어요?”(원희룡)

“원 후보의 입장은 무엇입니까?”(홍준표)

“왜 나를 묻습니까? 먼저 얘기하세요.”(원희룡)

“딱 질문이 야비하게 느껴지니까 제가 답변을 안 하는 겁니다.”(홍준표)

원 전 지사가 다시 “대통령이 되신다면서 탄소세를 어떻게 하실 거냐. 국제회의 나가면 바로 물어볼 텐데”라고 압박하자 홍 의원은 “그건 국제회의에 나가서 답변하겠다”고 받아쳤다.

이에 원 전 지사는 “본선 가서도 그렇게 하실 거냐”고 지적했고, 홍 의원은 “본선 가서는 그렇게 안 한다. 훨씬 잘한다”고 반박했다. 이 과정에서 원 전 지사는 “왜 답은 안하고 비아냥거리느냐”며 “사과하라”고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2025년부터 시행될 고교학점제를 두고도 비슷한 상황이 반복됐다. 원 전 지사가 “언제 시행하는지 알고 있느냐”고 묻자 홍 의원은 “이 정권의 교육정책은 제가 대통령이 되면 전부 바꿔야 한다. 의미가 없다”고 다시 답하지 않았다.

결국 원 전 지사와 홍 의원 간 토론은 말꼬리를 잡는 식으로 이어지다 알맹이 없이 마무리됐다. 토론이 끝난 뒤 유승민 전 의원은 “두 분 사이에 있으니 귀가 아프다”고 뒷말을 남겼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