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 ‘내부고발’ 美FTC 조사착수…“직원, 증거보존하라”

입력 2021-10-28 06:49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캘리포니아주 멘로파크에 있는 페이스북 본사에서 연설하는 모습. AP뉴시스

내부 고발자 폭로와 미국 주요 매체들의 집중 보도로 곤경에 처한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이 미 연방정부의 조사를 받게 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현지시간) 이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들을 인용해 “미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최근 폭로된 페이스북의 내부 문건들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WSJ은 지난달부터 ‘페이스북 파일’ 연속 탐사기획을 통해 페이스북이 자체 연구를 벌여 자사 알고리즘이 사회적 갈등과 분쟁을 조장하고, 자회사 인스타그램 앱이 10대 소녀를 비롯해 이용자들의 정신 건강에 유해하다는 점을 확인하고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폭로한 바 있다.

이러한 보도는 페이스북 수석 프로덕트 매니저였던 프랜시스 하우건이 제공한 내부 문건들을 토대로 이뤄졌다. 하우건은 미 의회와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일명 ‘페이스북 페이퍼’로 불리는 이들 문건을 제공했고, 뉴욕타임스(NYT)와 CNN방송 등 미 17개 언론사도 컨소시엄을 구성해 페이스북의 문제점을 폭로하는 기사를 시리즈로 내보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인터넷에서 이뤄지는 기업들의 불공정하고 기만적인 영업 관행을 규제하는 담당 기관인 FTC가 칼을 빼든 것은 페이스북에 더 큰 타격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빅테크 기업들에 비판적인 리나 칸 위원장이 이끄는 FTC는 페이스북을 상대로 반(反)독점 소송도 진행 중이다.

이번 조사에서 FTC는 페이스북 문건들에서 드러난 이 회사의 사업 관행이 2019년 프라이버시 우려에 관해 FTC와 페이스북이 체결한 합의를 위반했을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한 관계자가 WSJ에 전했다.

당시 페이스북은 2016년 미국 대선 때 영국 정치컨설팅 업체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에 이용자들의 개인정보를 무더기로 넘긴 사실이 드러나 FTC에 50억 달러의 천문학적인 벌금을 내기로 합의했다.

"페이스북이 증오 부추겨" 英 의회서 증언하는 내부고발자. AFP연합뉴스

FTC의 조사 착수와 관련해 페이스북은 성명을 내고 “규제당국의 질의에 답변할 준비가 돼 있다”며 “정부 조사에 계속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페이스북은 또 직원들에게 각종 문서와 주고받은 통신 내역을 보관할 것을 요청했다.

페이스북은 26일 밤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정부와 입법부가 회사의 운영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며 “사업과 관련된 2016년 이후의 내부 문건과 통신 내용을 보존하라”고 요청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이 조치는 ‘증거 보존’으로 불리는 절차로 소송이나 수사 등이 임박했을 때 관련 자료를 폐기하지 않고 보관하는 것이다.

페이스북은 2016년 1월 1일 이후의 모든 자료를 보존하라면서도 메신저인 왓츠앱과 증강현실(AR) 스튜디오 ‘스파크 AR’, 사내 벤처인 ‘신제품 실험 그룹’에 대해 다룬 문서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페이스북은 또 암호화된 메시지도 보존하라고 권고하면서 추가 통보가 있을 때까지 금세 삭제되는 업무용 메시지 서비스도 이용하지 말라고 주의를 줬다. 사내 게시판인 ‘워크플레이스’에 증거 보존 조치와 관련한 게시물을 올리거나 이를 논의하지 말라고도 했다.

페이스북 대변인은 전날 밤 증거 보존 조치가 내려졌다고 확인하면서도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대변인은 “서류 보존 요청은 법적 조사에 대한 대응 절차의 일부”라고 말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