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 국제질서 위협에 관한 우려를 직접 표명하며 중국을 겨냥해 날을 세웠다. 아세안 정상들과 화상회의에선 대만에 대한 중국 위협을 강압적이라 비판하고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백악관은 27일(현지시간)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성명을 내고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은 민주주의, 인권, 법치주의, 바다의 자유를 지지하는 동맹 및 파트너와 계속 함께할 것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규범에 기초한 국제 질서에 대한 미국 약속을 재확인하고, 이에 대한 위협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모두 대만, 홍콩, 신장, 보호무역 등 미국이 중국을 비판하는 주제와 관련돼 있다.
EAS에는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과 한국·미국·중국·일본 등 18개국이 참여했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이날 회의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미국의 지속적 전념을 재확인하고, 이 지역에서의 개방과 연결, 번영, 안정 추구라는 비전도 제시했다고 전했다. 또 무역 촉진, 디지털 경제와 기술의 표준, 혼란이 발생한 공급망의 회복, 탈(脫) 탄소, 인프라, 노동 표준 등 공동 목표에 관한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를 파트너들과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백악관 성명에선 중국이 직접 명시되진 않았다. 외신은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의 언급이 중국을 겨냥한 것이며, 동아시아 지역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중국과의 경쟁을 본격화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청와대는 전날 서면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EAS를 통해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이며,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위해 미얀마 사태의 해결과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등을 위한 진지한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들과의 화상 회의에선 “미국은 대만 해협을 가로지르는 중국의 강압적이고 적극적인 행동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한다”고 비판했다. 또 중국 신장과 티베트의 인권, 홍콩 주민의 권리를 위해 목소리를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중국과 연내 화상정상회담 개최 원칙을 합의했지만 최근 양국 간 갈등은 오히려 더욱 심화하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전날 “대만은 유엔의 노력에 기여하는 것이 허락되지 않았다. 모든 유엔 회원국이 대만의 강력하고 의미 있는 참여를 지원하는 데 동참하기를 촉구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1일 대만이 중국의 공격을 받는다면 미국이 방어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모두 ‘하나의 중국’ 원칙을 흔들 수 있는 사안들이다.
미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중국 통신사 차이나텔레콤의 미국 내 영업을 중단시켰다. 해당 회사가 중국 정부의 통제를 받을 수 있고, 이는 미국의 국가 안보와 법 집행에 중대한 위협을 제기한다는 이유에서다.
바이든 대통령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제26차 기후변화협약당사자총회(COP26)에서도 이런 기조를 지속할 것이라고 외신은 전망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