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아이폰 애플리케이션(앱) 개인정보 보호 강화조치가 미국의 주요 빅테크 기업 3분기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페이스북·스냅 등 소셜미디어(SNS) 기업은 실적에 악영향을 받았지만, 구글은 반사이익을 얻었다.
애플은 지난 4월 iOS 14.5 업데이트를 통해 아이폰 사용자의 개별승인 없이 검색기록이나 활동 추적을 허용하지 않는 앱 추적 투명성(ATT) 기능을 도입했다. SNS에서 많이 이뤄지던 맞춤형 광고가 불가능해진 것이다.
페이스북은 직격탄을 맞았다. 페이스북은 25일(현지시간) 매출액 290억1000만 달러(약 33조9000억원), 순이익 91억9000만 달러(약 10조7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올해 3분기 매출이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해 35%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4분기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오는 4분기에 매출 증가폭이 더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페이스북의 주요 매출원인 광고 판매 성장세가 둔화했다”고 지적했다.
지난 21일 실적을 발표한 스냅도 애플 정책의 영향으로 4분기 실적 둔화를 전망했다. 에반 스피겔 스냅 최고경영자(CEO)는 “애플의 정책이 광고 파트너들에게 미칠 영향을 과소평가했다”고 말했다. 발표 다음 날 스냅의 주가는 20% 넘게 하락했다.
반면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구축한 구글은 예상을 웃도는 광고매출을 올리며 14년 만에 사상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은 올해 3분기에 매출액 651억2000만 달러(약 76조원), 순이익 210억3000만 달러(약 24조6000억원)를 기록했다고 26일 밝혔다. 특히 광고 매출이 531억 달러(약 62조원)에 달했다. 유튜브 광고 매출도 지난해보다 43% 증가한 72억1000만 달러(약 8조4000억원)로 집계됐다. WSJ는 “애플의 정책 강화로 SNS에서 광고효과 측정이 어려워지면서 브랜드들이 구글로 광고비 집행을 옮겼다”고 진단했다.
애플 생태계와 무관한 마이크로소프트(MS)도 올해 3분기에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호실적을 거뒀다. MS는 453억 달러(약 53조원)의 매출과 205억 달러(약 24조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MS는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근무·수업 증가로 수혜를 입었다. ‘애저’ 등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의 매출액이 50% 증가했다. MS의 운영체제(OS)인 윈도 수요도 지난해보다 10% 늘었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