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을 둘러싸고 서구와 중국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유럽연합(EU) 의회 대표단이 비밀리에 대만을 방문하려고 했던 계획이 드러나면서 살얼음판을 걷던 중국과 EU 사이의 관계도 크게 악화될 전망이다. EU의 ‘반 중국’ 행보에 대만은 유럽 내에서 외교활동을 모색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7일 유럽의회 대표단이 다음주 초 대만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유럽의회 대표단은 대만 고위 관리들을 만나 최근 논의가 시작된 상호 투자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SCMP는 “대만 방문단의 대표인 라파엘 글뤼크스만 프랑스 의원은 대표적인 반 중국 인사로, 지난 3월 중국 정부가 제재 대상에 올린 인사”라고 평가했다.
EU와 대만 양측은 대표단의 방문을 극비리에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럽의회 측은 안보적 위험을 이유로 이번 방문 일정 등을 비밀에 부쳤고, 의원들이 대만에 방문하기 전까지 외부에 공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SCMP는 “유럽의회가 신장 위구르 인권 문제 등 중국과 갈등하면서 대만에 투자하는 것으로 방향을 틀었다”면서 “상호 투자협정(BIA) 뿐 아니라 ‘타이베이 대표부’를 ‘대만 대표부’로 바꾸는 방안도 EU 집행부에 요구했다”고 전했다. 중국과 수교한 대부분의 국가는 ‘대만’이라는 이름 대신 ‘타이베이’라는 이름으로 대만을 부르고 있다.
유럽의회의 대만 방문 사실이 알려지자 중국은 즉각 반발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유럽의회의 행보는) 성질과 영향이 매우 나쁘다. 강력히 규탄하고 단호히 반대한다”고 논평했다. SCMP는 “장밍 EU 주재 중국 대사가 유럽의회가 대만에 대한 결의안을 채택하기 직전 다비드 사솔리 의장에게 서한을 보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유럽과 중국 간의 갈등이 격화되자 대만은 ‘틈새 외교’에 나선 모양새다. 대만 기업대표단 66명은 현재 체코와 슬로바키아, 리투아니아 등을 방문하고 있다. 우자오셰 대만 외교부장 역시 29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릴 예정인 ‘대 중국 의회 간 협의체’(IPAC) 회의에 참석한 뒤 유럽 국가들을 방문할 계획이다.
알리시아 가르시아 헤레로 나티시스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반도체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EU와 대만 간의 전략적 관계가 끈끈해지고 있다”면서도 “정치적인 문제 때문에 밀월 관계가 지속되기는 어려워보인다”고 평가했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