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軍, 수치 증언 비공개…국제사회 ‘후폭풍’ 우려

입력 2021-10-27 10:12 수정 2021-10-27 11:16
윈 민 전 대통령(왼쪽에서 두 번째)과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맨 오른쪽) / 미얀마 나우 캡처

미얀마 군부가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의 법정 증언 공개를 금지했다. 쿠데타 당시 군부의 불법적인 권력 찬탈 과정이 드러나는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27일 이리와디와 미얀마 나우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수치 고문은 전날 수도 네피도의 특별 법정에서 진행된 선동죄 재판에서 직접 증인으로 나섰다.

앞서 수치 고문 측 변호인단은 수치 고문에게 유리한 증언을 할 경우 군부의 보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다른 증인을 따로 부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수치 고문 측 변호인에 따르면 수치 고문은 스스로 “내 결백을 잘 변호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수치 고문은 지난 2월 1일 군부의 쿠데타 직후 가택 연금됐다. 군부는 수치 고문을 선동죄 등 11개 혐의로 기소했다. 선동 혐의는 수치 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 민족동맹(NLD)이 수치 고문과 윈 민 전 대통령, 묘 아웅 네피도 시장 3명의 명의로 발표한 군부 비판 성명에 대해 적용됐다.

수치 고문은 재판에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자세한 증언 내용은 비공개됐다. 앞서 군부가 수치 고문의 증언을 앞두고 변호인단에 형사소송법에 따라 법정 내 발언에 대한 공표금지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변호인들은 언론이나 국제기구 등에 재판 관련 언급을 할 수 없는 상태다. 군부는 쿠데타 이후 공공 안전을 해하는 비상사태에 대처한다는 명분으로 집회를 제한하거나 통행금지를 하는 데 이 조항을 이용해왔다.

군부의 공표금지령은 앞서 윈 민 전 대통령의 증언이 변호인단을 통해 공개된 이후 나왔다. 지난 12일 윈 민 전 대통령은 재판에 출석해 쿠데타 당일 군부가 자신에게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라고 협박했고, 자신은 “차라리 죽겠다”며 거부했다고 폭로했다.

이는 권력이 합법적으로 이양됐다는 군부 주장과는 배치되는 것이었다. 군부는 수치 고문의 법정 증언이 공개될 경우 국제사회에서 후폭풍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예상한 것으로 보인다.

미얀마 군부는 지난해 11월 총선이 부정선거였다고 주장하면서 지난 2월 1일 쿠데타를 일으켰다. 이 과정에서 수치 고문과 윈 민 전 대통령이 구금됐고, 군 출신인 민 쉐 부통령이 대통령 대행 자격으로 비상사태를 선포해 군부에 권력을 넘겼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