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李 만난 날…청와대 국감서 여야 ‘대장동 충돌’ 파행

입력 2021-10-26 18:30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의 청와대 국정감사가 야당 의원들의 대장동 문구 관련 마스크 착용 논쟁으로 정회되자 야당 의원들이 항의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회 운영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이 26일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두고 정면으로 충돌했다. 그 바람에 청와대에 대한 국정감사가 시작 25분 만에 중단되는 등 한때 파행을 겪었다.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청와대도 비상식적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국감은 문재인 대통령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만난 날 이뤄져 더욱 관심을 끌었다.

운영위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대통령 비서실, 국가안보실, 대통령 경호처를 상대로 국감을 진행했다. 하지만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선서를 마치자마자, 대장동 의혹을 둘러싼 여야 의원 간 말싸움이 벌어지면서 중단됐다.

운영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이 ‘판교 대장동 게이트 특검 수용하라’는 문구가 적힌 마스크를 쓰고, 상의에는 ‘근조 리본’을 단 채 국감에 참석했다. 이에 대해 김성환 민주당 의원은 “야당 의원들이 청와대와 관련 없는 특정한 구호와 리본을 달고 국감에 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여야 간사가 협의해서 마스크와 리본을 제거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 청와대 국정감사가 야당 의원들의 대장동 문구 관련 마스크 착용 논쟁으로 정회된 뒤 여당 의원들이 퇴장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그러자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개구리가 올챙이 적 시절을 생각하지 못한다. 민주당이 야당일 때 했던 것을 잊었나. 당시 가관이었다”며 “적반하장이 따로 없다. 대통령을 향해 이 정도로 특검을 요구하는 것도 못 받아주냐. 자신이 없구만 민주당이”라고 맞받았다.

운영위원장인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여야 간사가 마스크 착용과 관련해 논의를 하라고 밝히며 국감 중단을 선포했다. 여야는 회의장 밖에서도 책임 공방을 벌였고, 국감은 오후 3시가 넘어서야 재개됐다. 민주당 의원들은 ‘정쟁은 그만 민생국감’이라는 문구가 적힌 마스크를 쓰고 국감장에 들어섰다.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의 대통령비서실, 국가안보실, 대통령 경호처 국정감사에서 자료를 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유영민 실장은 속개된 국감에서 대장동 의혹과 “청와대도 굉장히 비상식적으로 보고 있다”며 “그래서 엄중하게 보고 있다고 했다”고 강조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문 대통령과 이 후보 간의 만남에 대해 “대통령이 어떻게 수사 범주에 들어가 있는 사람을 만날 수 있냐”고 따졌다. 이에 유 실장은 “(이 후보가) 지금 수사 대상인지, 피의자인지 저희가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만약 이분이 범죄자가 되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재차 질문하자, 유 실장은 “그것은 예단할 필요가 없다”고 응수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문 대통령과 이 후보 간의 회동에 대해 “수사 가이드라인을 주는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CBS라디오에서 “대장동 게이트 관련해서 이재명 후보는 핵심 혐의자로 돼있고, 그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고 저희들이 고소·고발도 해놓은 상태”라며 “그런 사람을 대통령이 만나게 되면 수사 가이드라인을 주게 될 것이다. 이 후보를 보호하라는 명확한 지시를 사실상 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대선 주자들도 가세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페이스북에 “이번 만남은 누가 봐도 이재명 후보 선거 캠페인의 일환”이라며 “문 대통령이 이 캠페인의 병풍을 서준 것이다. 가장 엄격하게 선거 중립을 지켜야 할 대통령이 이래서는 안 된다”고 적었다. 유승민 전 의원도 “오늘 만남에서 문 대통령은 이 후보의 대장동 게이트를 덮어주고, 이 후보는 문 대통령의 퇴임 후 신변안전을 보장하는 뒷거래를 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런 뒷거래는 추악한 법치파괴 행위”라고 주장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