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사람’ 노태우 전 대통령 별세

입력 2021-10-26 18:05
대한민국 제13대 대통령을 지낸 노태우 전 대통령이 26일 숨졌다. 사진은 1981년 국군보안사령관 노태우 대장 전역식. 2021.10.26 [연합뉴스 자료사진]

노태우 전 대통령이 26일 향년 89세로 별세했다. 최근 지병이 악화돼 서울대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으나 회복하지 못했다.

노 전 대통령은 1987년 민주화 체제 이후 국민의 손으로 직접 선출된 첫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았다. 하지만 군사 쿠데타의 주역으로 5·18민주화운동 유혈 진압에 책임이 있다는 오명을 평생 떨쳐내지 못했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이 ‘보통사람’이라고 강조했지만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 1979년 육사 11기 동기였던 전두환 전 대통령과 12·12 군사 쿠데타를 일으켜 권력을 잡았다. 제5공화국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한 뒤 12대 국회의원, 민주정의당 대표를 거쳐 직선제 개헌이 이뤄진 1987년 13대 대선에 출마해 당선됐다.

대통령 재임 시절 토지개혁을 추진하는 한편 북방외교를 전개해 대한민국의 외교적 지위를 향상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퇴임 2년 만인 1995년 반란수괴 등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고, 이듬해 전 전 대통령과 함께 수감됐다. 대법원은 1997년 4월 노 전 대통령에 대해 징역 17년과 추징금 2628억원을 확정 판결했다.

노 전 대통령은 1997년 12월 김영삼 대통령의 특별사면으로 석방됐지만, 기본 경호 외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박탈당했다. 2002년 전립선암 투병 이후 건강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외부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아들 재헌씨는 2019년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아버지를 대신해 희생자들에게 사죄했다.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노 전 대통령 장례 절차에 대해 “국가장으로 장례를 치르는 것이 가능하다”며 “다만 절차가 필요해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빈소는 27일 오전 서울대병원에 마련될 예정이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