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제13대 대통령을 지낸 노태우 전 대통령이 26일 향년 89세로 별세했다. 노 전 대통령이 눈을 감으면서 국립현충원 안장 여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2002년 전립선암 수술 이후 오랜 병상 생활을 해오다 최근 병세 악화로 서울대병원에 입원해 집중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끝내 회복하지 못하고 숨을 거뒀다.
노 전 대통령이 국립묘지에 안장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전직 대통령은 원칙적으로 국립현충원 안장 자격이 있다. 하지만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서는 내란죄 등으로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고 그 형이 확정된 사람은 국립묘지 안장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전두환 전 대통령과 함께 군사 반란을 주도했던 내란죄로 징역 17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 1997년 12월 22일에 특별사면을 받고 복권됐다.
하지만 현행법에 사면·복권된 자에 대해서는 관련 규정이 따로 없어 그동안 노 전 대통령의 국립묘지 안장 여부를 두고 의견이 첨예하게 갈렸다. 이에 국가보훈처는 2019년 ‘사면·복권자에 대해서도 안장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보훈처는 ‘내란죄·외환죄 등의 형이 확정된 뒤 사면·복권을 받을 경우 국립묘지 안장이 가능한지’에 대한 천정배 민주평화당 의원의 질의서에 “형을 선고받고 형이 확정된 사람이 사면·복권된 경우에도 기왕의 전과 사실이 실효되는 것은 아니므로 국립묘지 안장 대상 결격 사유는 해소되지 않는다고 판단한다”고 답했다. 사면·복권이 됐더라도 범죄 사실 자체는 존재하므로 안장 불가 사유는 유지된다는 판단이다. 다만 이는 법률에 명문화된 것이 아닌 보훈처의 ‘현재’ 입장에 불과하다는 한계가 있다. 정권에 따라 다른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같은 법적 미비로 인해 2011년 8월 국가보훈처 안장대상심의위원회는 뇌물죄 등으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전 전 대통령 경호실장 고(故) 안현태씨에 대해 사면·복권을 이유로 국립묘지 안장을 허용했다. 2011년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재임하던 시기다.
이를 막기 위해 제20대 국회에서 강창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로 내란죄 등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범죄자가 정부에 의해 사면·복권을 받았더라도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이 법안은 법안심사소위 문턱조차 넘지 못해 임기만료 폐기됐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