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의 한 신입 공무원이 직장 내 갑질을 호소하며 지난달 극단적 선택을 한 가운데 유족측이 대전시의 조속한 조사와 관련자들에 대한 징계를 촉구하고 나섰다.
숨진 공무원 A씨(25)의 유족측은 26일 오전 대전시청 북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직장내 갑질, 괴롭힘 가해자들에 대한 감사 및 징계절차를 빠르게 처리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했다.
유족측은 A씨가 부서 이동을 한 뒤 신규 부서에서 각종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A씨의 어머니는 기자회견에서 “아들이 지난 7월 부서를 이동한 뒤 3개월간 부당한 업무지시, 과중한 업무부담, 부서원들의 갑질, 집단 따돌림 등을 겪었다”며 “친구와의 대화에서는 ‘자존감이 낮아지고 우울함에 휩싸인다. 안 좋은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고 한다”고 했다.
유족들은 또 A씨가 업무와 관계 없는 지시를 받거나 팀원들로부터 왕따를 당했다고도 지적했다.
A씨 어머니는 “당시 신규 부서의 한 직원이 ‘과장님 차랑 물을 챙겨서 아침마다 드려야 한다’며 출근 시간보다 1시간 일찍 와서 준비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며 “특히 아들을 투명인간 취급하며 대화에 끼워 주지 않았고, 팀내에서 점점 고립시키며 괴롭혔다”고도 했다.
A씨는 특히 숨지기 나흘 전인 지난달 22일 어머니와의 통화에서도 “사람들이 이미 나를 싫어한다. 그 싫어하는 사람들과 12시간씩 같이 있는게 힘들다”고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일로 가슴 통증과 호흡 곤란을 겪은 A씨는 우울증 및 불안증 약물까지 복용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A씨 어머니는 “아들 장례식장에 온 허태정 대전시장은 억울함이 없게끔 문제를 처리하고, 유족 요청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전시 감사위원회는 ‘우리는 조사만 하는 사람들이다. 유가족 요구사항은 다른 채널을 통해 이야기 해달라’며 무책임한 모습만을 보이고 있다”고 토로했다.
유족측은 가해자들에 대한 감사 및 징계 절차 진행, 직장 내 갑질 등 괴롭힘으로 인한 순직 처리, 시 청사내 추모비 건립 등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시 감사위원회는 갑질관련 자문위원회를 조속히 구성하고 다음달 말까지 관련 조사를 마치겠다고 해명했다. 자문위원은 노무·노동 관련 전문가를 중심으로 위촉될 전망이다.
시 감사위 관계자는 “유족분들의 마음을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 다만 조사가 바로 나오는게 아닌 만큼 빨리 진행되지 않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 수 있다”며 “갑질조사를 최우선으로 최대한 신속하고 공정하게 조사하겠다. 다음달 말까지 결론을 내리겠다”고 했다.
대전=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