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임이 예정된 앙겔라 메르켈(71) 독일 총리는 ‘철혈 여총리’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2005년 취임해 무려 16년 동안 독일정부를 이끌었지만 메르켈 총리의 영향력은 독일 내에만 머물지 않았다.
느슨한 유럽연합(EU) 체제를 연방제 국가에 준할 정도로 강고하게 단합시켰고, 대미 대러 대중 외교에서도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했다. 독일과 유럽연합(EU), EU 소속 유럽 각국의 이익을 지키면서도 자국이기주의가 범람하는 국제외교 무대에서 갈등을 조정하는 외교적 공통 규범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같은 메르켈 총리의 삶을 다룬 전기가 미국 유명 전기작가인 케이티 마턴에 의해 쓰여져 출판됐다. 뉴욕타임스는 25일(현지시간) ‘총리 그 자체인 인물(The Chancellor)’란 제목이 달린 이 책의 부제가 ‘앙겔라 메르켈의 놀라운 여정(A Remarkable Odyssey Of Angela Merkel)’이라고 소개했다. 마턴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부인 멜라니 트럼프의 전기를 썼던 작가다.
메르켈 총리의 전매특허는 누구에게나 쉽고 직설적으로 얘기한다는 점이다. 화려한 수사를 구사했던 토니 블레어 전 영국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그는 “진짜 저는 카리스마가 없어요. 당신처럼 대화를 이끄는 능력도 없다”고 토로했을 정도였다.
전기를 통해 마턴은 “정직한 일반시민의 상식과 윤리, 도덕으로 무장된 메르켈 총리의 정치·외교 철학은 트럼프 전 대통령 집권 이후 세계를 뒤덮은 반 이성적 자국이기주의, 광기로 점철된 국제정치를 탈선하지 않도록 만든 원동력”이라고 평했다.
실제 그는 집권 시기가 겹친 트럼프 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같이 자기주장이 강하고 고집 센 인물들 앞에서도 굽히지 않았다.
마턴은 “메르켈은 무지와 협박이 횡행하는 국제관계에서 정반대의 위치를 점한 유일한 정치 지도자였다”며 “그녀가 퇴장한 세계는 곧바로 그를 더 그리워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