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정화 논란을 빚고 있는 강원도 춘천시 옛 미군 부대인 캠프페이지의 토양오염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춘천시의 토양오염 민간검증단은 캠프페이지 2차 토양조사에서 부지 내 911개 지점, 399개의 토양 시료를 채취해 분석한 결과 181개 지점, 290곳의 시료가 오염 우려 기준을 초과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번 조사는 지난 6월부터 최근까지 상지대 산학협력단이 맡아 진행했다. 조사 대상 면적은 39만3000㎡로 오염 면적은 1만4747㎡(3만3000t)로 확인됐다.
일부 토양에선 원유 또는 정제유로 인한 토양 오염 여부를 판단하는 석유계총탄화수소(TPH) 최대농도가 1만439mg/kg 검출됐다. 토양오염 우려 기준 1지역 기준치 500mg/kg의 20배를 뛰어넘은 것이다. TPH는 피부접촉, 공기흡입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인체에 영향을 미친다. 장기간 노출되면 각종 질환과 암을 유발하는 성분으로 알려졌다.
일부 지점에서 발암물질인 벤젠이 기준치(1mg/kg)를 31배 초과한 31.5mg/kg로 나타나는 등 BTEX(벤젠·톨루엔·에틸벤젠)가 기준 범위를 넘어섰다. 지하수는 조사지역 내 관정을 20곳에 설치해 분석한 결과 이 중 1곳에서 기준농도(15mg/L)를 초과했다.
앞서 지난 2~5월에 진행한 1차 조사에선 15만㎡ 부지를 조사해 5000㎡(1만4800t)가 오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국방부 예산으로 오염된 토양 정화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캠프페이지 부지는 춘천시 근화동과 소양동 일대 5만6000㎡ 규모다. 미군이 1951년부터 주둔하다 2005년 철수했다. 국방부는 부지를 반환받은 뒤 토양이 오염된 것을 확인하고 2009년부터 2011년까지 한국농어촌공사에 의뢰해 토양 정화 작업을 했다.
그러나 지난해 5월 춘천시가 시민공원 등을 조성하기 위해 문화재 발굴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정화작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시는 2차 조사 결과를 토대로 국방부와 협의해 정화작업에 들어갈 방침이다. 정화 비용은 60억 원, 기간은 1년으로 예상된다. 이재수 춘천시장은 “이번 달부터 오염된 토양은 모두 들어내고, 외부의 깨끗한 흙으로 교체하는 반출 정화작업이 시작된다”며 “시민과 미래세대가 이용할 공적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정화작업을 차질없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춘천=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