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6일 오전 11시 청와대 상춘재에서 만난다. 문 대통령과 이 후보의 차담 1시간전인 이날 오전 10시부터 국회에선 청와대 국정감사가 진행되는데, 청와대가 굳이 국감날 두 사람의 만남을 추진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초 청와대 내부에서는 문 대통령과 이 후보의 회동이 국감 이전이나 국감 당일에 잡힐 경우 국감이 정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기류가 강했다. 검·경이 이 후보를 둘러싼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수사중인 상황에서 야당 의원들이 회동의 적절성을 연달아 지적하면 ‘청와대 국감’이 ‘이재명 국감’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랬던 청와대는 네 가지 요소를 고려해 입장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5일 경기지사직을 사퇴한 이 후보는 26일부터 실질적인 대권 주자 행보를 걷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는 최대한 빨리 문 대통령과 이 후보가 만나야 정치적인 부담을 덜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민주당 경선 이후 청와대가 이 후보에게 당내 갈등 봉합이라는 숙제를 제시했고, 이 후보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와의 종로 회동을 통해 이를 수행한 만큼 만남을 더 미룰 이유가 없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국제외교 일정도 문 대통령과 이 후보의 회동 날짜 선정에 영향을 미쳤다. 문 대통령은 26일 오후 ‘한·아세안 화상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27일엔 아세안 국가들과 한·중·일 3개국이 참여하는 ‘아세안+3 정상회의’ 일정도 소화할 계획이다.
문 대통령은 오는 28일에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제 26차 유엔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26) 참석을 위해 출국한다. 청와대는 이 후보와의 만남을 26일 오전 중으로 마무리한 뒤 줄줄이 이어지는 외교 일정에 집중하며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할 방침이다.
국회 운영위 청와대 국정감사에는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주요 참모들이 대거 참석한다. 문 대통령과 이 후보의 만남은 이들이 자리를 비운 상황에서 이뤄진다. 이철희 정무수석만 차담에 배석한다.
청와대는 현직 대통령과 여당 대선 후보의 만남을 앞두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유권해석을 의뢰할만큼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이랬던 청와대가 참모들이 국회에 가 있는 동안 차담을 진행하고, 참석자를 최소화하며 보안에 신경썼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감날 문 대통령과 이 후보의 만남이 성사된 가장 큰 배경에는 청와대의 자신감이 반영됐다는 분석도 있다. 임기말 문 대통령의 가족이나 지인, 청와대 참모가 연루된 대형 게이트는 아직 발생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도 40% 전후를 유지하고 있다. 어차피 두 사람의 회동이 국감의 주요 현안이 될 것으로 예상한 청와대가 정면돌파를 선택하며 국정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줬다는 해석이 나온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