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6일 오전 회동할 예정인 가운데, 문 대통령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후보 측은 내심 지지층 결집을 위해 문 대통령이 중립적이지만 다양한 해석을 실을 수 있는 메시지를 내주길 기대하는 눈치다.
이 후보 측은 임기 내내 정치적 중립을 강조해온 문 대통령이 공개발언에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에 관해 직접 언급하거나, 여전히 이 후보에 대해 적대적 감정을 갖고 있는 강성 친문(친문재인) 지지층을 향한 직접적인 메시지를 내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 후보를 돕고 있는 한 중진 의원은 “문 대통령의 성정을 고려하면 혹시라도 오해를 살만한 말씀은 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덕담 수준의 말씀을 주고받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다른 의원도 “문 대통령 입장에서는 이 후보도 만나야 하지만, 국민의힘 경선이 끝난 후에는 야당 후보도 만나야 하기 때문에 두 사람 모두에게 할 수 있는 수준에서 대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후보 측에서는 내심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민주당 지지층과 중도층을 안심시킬 수 있는 메시지가 문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나오기를 기대하는 마음도 엿보인다. 예를 들어 “가짜뉴스는 대의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심각한 행위다” “정치권에서 앞다퉈 가짜뉴스를 실어나르면 우리나라 선거문화가 제대로 자리잡기 어려울 것이다”라는 식의 원론적인 언급만 있어도 이 후보에게 힘이 실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후보 측 관계자는 “민주주의와 공정한 선거에 대해 원칙적인 말씀만 해주셔도 다양한 해석이 실릴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24일 이 후보와 이낙연 전 대표가 서울 종로의 한 찻집에서 회동했지만, 이 전 대표 지지층 상당수는 아직 이 후보를 받아들이지 못한 분위기였다. 따라서 이들 강성 친문과의 앙금을 푸는 숙제도 여전히 남아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이 후보 입장에서 최상의 카드는 문 대통령이 지지자를 향해 넌지시 시그널을 주는 것인데, 문 대통령이 과연 그렇게까지 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 측은 일단 문 대통령과의 회동 자체가 강성 친문 지지층의 마음을 돌리는 시작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후보 측 핵심 관계자는 “선거와 관련해서는 중립적인 메시지 외에는 말씀하실 수 없을 것”이라면서도 “두 분이 만나는 그림이 잡히는 것만으로도 메시지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