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무성 초대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이 2015년 3월 공사를 떠나기 직전 간부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살면서 이런 일을 당해본 일이 없다” “세상이 이런 것이냐”고 복잡한 심경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황 전 사장은 2015년 2월 대장동 개발사업 공모 공고 직전 유한기 전 개발본부장으로부터 퇴진 종용을 받은 정황이 나온 상태다.
전현직 공사 관계자들은 토목 전문가라며 영입한 황 전 사장이 중요 사업을 앞두고 돌연 사임한 정확한 이유를 알지 못했다고 했다. 다만 유동규(구속기소) 전 기획본부장이 “‘2층 사장’에게 얘기를 했다. 황 전 사장이 나갈 테니 신경쓰지 말라”는 말을 공공연히 했다는 증언들이 있었다. ‘2층’은 성남시장 집무실을 뜻한다.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황 전 사장 사임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25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황 전 사장은 2015년 2월 6일 유한기 전 개발본부장에게 사직 압박을 받은 뒤 사의를 표했고, 그 다음 달 공사를 떠나기 전 간부들과 마지막으로 식사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황 전 사장은 이 자리에서 “세상이 이렇게 돌아가는구나” “나는 살면서 이런 일을 당해본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당시 자리에 참석했던 한 공사 관계자는 “그에게 엄청나게 맺힌 게 있다는 것이 주변에 전해질 정도였다”고 말했다.
복수의 전현직 공사 관계자는 공사 사장의 퇴진을 말할 수 있는 주체는 성남시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유동규 전 본부장이 “황 전 사장을 신경쓰지 말라”는 말을 2014년부터 하고 다녔다는 증언이 나왔다. 당시 공사 상황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유동규 전 본부장이 ‘이미 시장에게 내락(內諾)을 받았다’며 황 전 사장이 그만둘 것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녹취로 공개된 황 전 사장 사의 종용 장면에 대해 “부하 직원이 사장을 날리는 일이 어떻게 가능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공사가 성남시의 허락 없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은 없다”며 “‘2층 오더’라는 말이 돌았다”고 했다. 앞서 유한기 본부장은 황 전 사장을 찾아가 사직을 종용하면서 “사장님이나 저나 무슨 ‘빽’이 있습니까? 유동규가 앉혀 놓은 것 아닙니까?”라고 말했다.
검경은 황 전 사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그가 대장동 개발사업을 앞두고 사직한 전후 상황을 조사했다. 법조계는 황 전 사장의 사임에 성남시 등 윗선의 구체적인 역할이 있었다면 직권남용 혐의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고 본다.
다만 이 후보는 이 일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후보는 이날 경기지사직 사퇴 기자회견 뒤 기자들을 만나 “황 전 사장이 그만둔다고 했을 때 ‘왜 그만두지’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는 유동규 전 본부장 측에 그가 ‘2층 사장’의 내락을 말했다는 주변 증언에 대한 반론을 구했으나, 유 전 본부장 측은 답하지 않았다.
조민아 정현수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