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현익 국립외교원장이 25일 “미국이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정도는 묵인할 관용을 보여야 한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은 우리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무기다. 홍 원장의 발언은 북한 단거리 미사일의 위험성을 경시하고, 단지 북·미 대화 재개만을 염두에 둔 주장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단거리 미사일은 우리를 겨냥한 것인데 (홍 원장 말대로라면) 북·미 대화를 위해 대한민국의 안보이익을 희생하자는 것이냐”며 “이런 식으로 재개되는 대화라면 정권 홍보용에 그칠 뿐”이라고 비난했다.
홍 원장은 이날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 서울 광화문의 한 호텔에서 개최한 ‘NK포럼’에서 토론자로 참석해 이 같은 주장을 펼쳤다.
그는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 이런 것을 하나하나 (유엔) 안보리(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전술적 차원에서 탄도미사일은 아니지만 순항 차원에서 (사거리가) 1000㎞가 넘어가는 미사일을 개발 중”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북한은 자신들이 자위권 차원에서 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를 이유로 유엔 안보리 긴급회의가 소집된 데 대해 불만을 표출하며 “미국과 추종 세력들이 잘못된 행동을 선택한다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는 촉매제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홍 원장은 북한의 핵 보유를 대북제재 탓으로 돌리기도 했다. 그는 “북한은 미국의 제재를 전혀 움직일 수 없는 상황에서, 자신들의 체제를 지켜야 한다는 대의명분으로 핵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며 “대북제재가 북한 핵 보유의 정당성에 활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제재라는 건 북한을 정상국가로 만들고 북한의 핵을 포기시키는 방향으로 활용돼야 하는데, 미국은 북한이 과거 핵실험, 미사일 시험발사를 한 것에 응징하는 차원으로만 활용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최근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발사를 이유로 미국 등 국제사회에서 대북제재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비등하고 있지만, 그는 “지금은 제재를 강화할 시기가 아니라 (제재를) 완화하며 북한에 기회를 줘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원장은 지난 21일 국회 국정감사 때도 “한반도 안보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는 평화 만들기라는 차원에서 볼 때 너무 문제시하는 것”이라고 말해 야당의 맹공을 받았다.
홍 원장은 내정자 시절인 지난 8월 “한·미 연합훈련을 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가 훈련하는데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 등이 안 된다는 건 비상식”이라는 주장을 폈다가 뭇매를 맞았다. 논란이 일자, 그는 일주일 만에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이라도 발사하면 (김정은) 참수훈련이라든지 선제공격이라든지 북한 점령 작전을 해버리자”고 말을 바꿨다. 홍 원장은 국립외교원장 임명 당시에도 문재인 대통령의 ‘코드인사’로 지목되기도 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