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 등 지역 학교가 핼러윈 데이에 세계적 인기를 끌고 있는 넷플릭스의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 속 복장 착용을 금지하는 규정을 학생들에게 적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소년들이 이 드라마에 그려진 폭력적인 장면을 모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영국 일간 더 타임스는 24일(현지시간) 일부 학교가 학생들의 오징어 게임 복장 규제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아일랜드 더블린의 캐슬 파크 초등학교는 최근 일부 학생이 운동장에서 드라마에 나온 놀이를 따라 했다는 신고가 접수된 이후 학부모-교사 간담회를 열어 이 같은 규제에 나섰다.
이 학교 측은 “드라마 내용이 어린 학생들에게 적합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 것”이라며 “학생들이 드라마를 보고 적합하지 않은 장면을 재현할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스페인 마드리드의 한 초등학교 역시 학부모들에게 오징어 게임 속 복장이나 놀이, 행동 등의 규제를 당부하는 안내문을 발송했다. 핼러윈에 복장 착용을 금지한 것은 물론 16세 미만 학생이 이 드라마를 볼 수 없도록 지도해 달라는 내용이 안내문에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내 학교들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매체는 미국 뉴욕주의 3개 학교가 오징어 게임 복장 금지령을 내렸다고 전했다. 학교 복장 규정에 어긋나고 오징어게임 복장에 폭력적인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해석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들 학교는 장난감 칼이나 총, 광선검 등 폭력성 짙은 장면을 재현할 수 있는 것들을 학교에 가져올 수 없다는 규정도 마련했다.
미 CNN은 이날 조지아주 로스웰의 한 사립학교가 오징어 게임 모방은 물론 드라마 자체를 언급하는 것을 금지했다고 보도했다.
우승 상금 456억원을 위해 성인들이 목숨을 건 서바이벌 게임을 펼치는 오징어 게임은 폭력·선정적인 장면들이 담겨 각국에서 청소년들의 시청을 제한하고 있다. 해외 전문가와 단체들도 청소년의 시청을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 아동정신연구소는 성명을 통해 “(오징어 게임은) 400명이 넘는 참가자 중 생존자는 단 한 명뿐이라는 전제하에 벌어지는 살인 축제를 묘사했다. 폭력 수준은 매우 끔찍하다”며 “부모와 함께 있더라도 청소년들이 시청하지 말 것을 권장한다”고 전했다.
미 비영리 단체 커먼센스미디어는 “(드라마 속) 캐릭터들은 게임 마스터의 가학적인 쾌락을 위해 조직적으로 고문과 살해를 당한다. 여성들은 머리카락을 잡힌 채 구타를 당한다”며 “(드라마의 폭력성이) 매우 강렬하다”고 평가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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