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인 인플레 전망…‘내년 말 정상’ VS ‘초 인플레’

입력 2021-10-25 07:51 수정 2021-10-25 10:45

미 전문가들 사이에서 인플레이션 전망이 극단적으로 엇갈리고 있다. 현재 인플레이션은 예상보다 높은 수준이고, 당분간 지속할 것이라는 데에는 대체로 의견이 일치한다. 그러나 내년 하반기에는 정상 수준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희망적인 예측과 ‘초인플레이션’ 국면에 돌입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맞붙고 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은 24일(현지시간) 인플레이션이 내년 하반기 2%대 정상 수준 회복을 예상했다.

옐런 장관은 CNN에 출연해 “전년 동기 대비 물가상승률은 이미 일어난 일들 때문에 내년에도 여전히 높을 것이지만, 내년 중반부터 하반기까지는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미 일어난 일이란 코로나19 팬데믹과 그로 인해 빚어진 공급망 병목 현상, 원자재와 인건비 상승 등을 의미한다.

옐런 장관은 “현재 인플레이션은 미국이 오랫동안 봐온 것보다 높고, 분명히 우려스러운 일”이라며 “미국인에 대한 상품 공급이 상당히 늘었지만, 압박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옐런 장관은 “월간 물가상승률 수치가 올 상반기 최고점에서 내려가고 있다”며 내년 연말쯤 2% 물가상승률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정상 수준의 인플레이션 상태를 의미한다.

기타 고피나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이날 CBS와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은 최근 몇 달간 크게 올랐지만, 이 중 일부는 지난해 깊은 경기침체로 예상됐던 것”이라며 “공급망 압박이 내년 중반 어느 시점까지 지속할 것이지만 연말에는 정상 수준으로 되돌아오는 것을 볼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도 지난 22일 남아프리카 준비은행 주최 화상토론회에서 “공급망 병목으로 인한 높은 인플레이션이 내년까지 지속하겠지만 고용이 늘어나고 공급망 혼란이 점차 개선돼 2% 인플레이션에 접근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 바 있다.

반면 악시오스는 “일부 투자자나 경제학자들은 ‘폭주하는 인플레이션’ 시기에 접어들고 있다는 경보를 울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억만장자 헤지펀드 매니저인 폴 튜더 존스는 최근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지 않다는 것은 매우 분명해 보인다”며 “(조 바이든 정부가 추진하는) 수조 달러 규모 부양책은 이를 더 뜨겁게 달굴 수 있다. 인플레이션은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대표는 CNBC 인터뷰에서 “적어도 내년까지는 물가 상승률이 4% 밑으로 떨어지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잭 도시 트위터 최고경영자는 지난 23일 트위터에 “초(hyper)인플레이션이 곧 미국에서 발생할 것이고, 전 세계로 퍼질 것”이라고 적었다. 초인플레이션은 화폐가치가 급락해 물가가 통제 상황을 벗어날 정도로 가파르게 오르는 극단적인 상황을 뜻한다.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기록적인 노동력 부족과 20%에 달하는 집값 상승률, 8년 만에 최고 수준에 이른 원유 가격, 재정 완화 정책에 관여한 정부 등 모든 것이 인플레이션의 징후를 보인다”며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치솟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주요 대기업들은 이미 상품 가격 인상을 추진 중이다. 프록터앤드갬블(P&G), 네슬레, 버라이즌 등은 공급망 위기에 따른 비용 상승을 상품 가격에 반영하기로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주요 기업들이 제품 가격을 올리더라도 소비자들이 계속 지갑을 열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내년 2분기가 인플레이션 방향성을 예측하는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모건스탠리 짐 카론 거시전략 책임자는 “내년 2분기가 되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기저 효과가 사라지고 전년 대비 비교 대상이 더 높아진다. 따라서 2분기는 인플레이션이 실제로 일시적인지 아니면 가격 폭등 시기에 접어들고 있는지 판단할 수 있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올 2분기부터 경제 회복이 시작됐던 만큼 인플레이션 판단의 기준점도 높아져 방향성을 보다 분명히 전망할 수 있다는 의미다.

공급망 병목 현상 해결 속도도 주목해야 할 지점이다. 자산 운용사 인베스코의 크리스티나 후퍼 수석 전략가는 “공급망 붕괴로 인해 해결해야 할 부분이 많다. (공급망 병목현상이) 상품에 대한 수요를 연장하고 있고, 그로 인해 인플레이션 상승이 더 길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