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금천구 한 신축공사 현장에서 소화 약제 누출 사고로 숨진 희생자 2명은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사고 원인을 놓고 방출 스위치가 수동으로 작동한 사실을 확인하고, 고의성 여부도 조사할 계획이다.
24일 경찰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이번 사고로 숨진 A씨(45)는 전기 작업 1차 하청업체 소속 현장소장이었다. A씨는 지난 23일 오전 8시52분쯤 금천구 가산메트로지식산업센터 신축공사 현장 지하 3층에서 화재 진압에 쓰이는 이산화탄소 약제가 대량으로 누출돼 목숨을 잃었다. 이 사고로 A씨와 또 다른 하청업체 노동자로 알려진 B씨(47) 2명이 숨지고, 19명이 다쳤다. 당시 현장에는 모두 52명이 전기·철거·배관 공사를 하고 있었다. 이중 지하 3층에는 10여명의 노동자가 발전기 연통 보온재를 쌓는 작업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현장에 소화용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소화 설비 130여병이 있었는데 이 중 123병(각 무게 58㎏, 용량 87ℓ)에서 이산화탄소가 누출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의문스러운 점은 화재나 불꽃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이산화탄소 방출 스위치가 수동으로 작동됐다는 점이다. 고의 누출 등 범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밀폐된 공간에서 이산화탄소를 들이마시면 중추신경이 마비될 정도로 치명적이다.
경찰은 현장 책임자 등 관계자들을 전날부터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현장 대응, 공사 현장 구조 등 기초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업무상 과실 여부와 수동 작동 이유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25일에는 사망자 부검도 의뢰할 예정이다.
한편 이날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은 A씨의 빈소를 방문해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안 장관은 유족에게 “관계기관을 통해 철저하게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엄중히 조치하겠다”며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