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비자물가지수(CPI)가 1년 6개월 만에 상승했다. 일본은 ‘인플레이션 갈라파고스’라고 불릴 만큼 저물가를 고민하는 국가다. 일본의 물가 반등은 세계적인 원자재가 고공행진에 따른 인플레이션 장기화 우려를 키울 수 있다.
일본 총무성은 22일 “지난 9월 CPI가 지난해 같은 달 대비 0.1% 상승한 99.8을 가리켰다”고 밝혔다. 유가 상승이 대부분의 품목에서 가격을 끌어올렸다. 에너지는 7.4%로, 2년 10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을 나타냈다. 그중 등유는 20.2%, 휘발유는 16.5%나 올랐다. 전기요금도 4.1% 상승했다. 2년 5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이다.
떨어진 건 휴대전화 요금 정도다. 일본 이동통신사들은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집권 전인 스가 요시히데 내각의 압박으로 저가 요금제 상품을 연이어 출시했다. 그 결과로 휴대전화 요금은 44.8% 하락했다. 하지만 내년 상반기로 넘어가면 휴대전화 요금 하락에 따른 물가 상승 억제 효과도 사라질 수 있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지난 18일 국제 유가 상승과 엔화 약세가 계속되면 일본 물가 상승률이 내년에 2%대로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세계적으로 감지되는 인플레이션이 일본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일본 물가에 대한 자체 추산에서 “휴대전화 요금 인하 효과를 제외하면 상승률이 1.4%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오카산증권 수석 이코노미니스트인 아이다 다쿠지는 블룸버그통신에 “휴대전화 요금 인하 효과가 내년 4월쯤 사라지면 인플레이션 지표가 뛰어오를 것”이라며 “일본인도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체감하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치요시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아타고 노부야스는 “일본 은행에서 당장 어떤 행동을 취하지는 않을 것”이리면서도 “인플레이션 추세를 신중하게 지켜볼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