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북한의 핵 활동이 2009년보다 크게 확장됐다고 평가했다.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그로시 사무총장은 21일(현지시간) 미국 싱크탱크 스팀슨재단에서 진행한 온라인 세미나에서 북한의 핵 처리 능력과 영변 이외 지역의 핵시설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사찰이 중단된) 2009년보다 고도화되고 지리적으로도 확장됐다”고 답했다.
최근 보고서에서 북한의 핵시설 가동 징후를 지적했던 그는 북한이 취할 다음 단계에 대한 질문에 “북한은 상상 가능한 모든 영역에서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원자로는 재가동됐고, 플루토늄 분리(추출)도 진행 중”이라고 답했다. 이어 “우라늄 농축은 아마도 실제 진행 중일 것이고, 다른 시설들도 가동 중이라는 신호가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우라늄 농축 역량에 대해선 “분석가로서 핵 처리 능력에 대해 추측하는 것은 좋아하지 않는다”면서도 “그곳에 있는 것은 더는 화합물(compound)이 아니다. 그 이상이다. 그래서 우리가 걱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핵으로 인한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을 거론, “우리는 준비돼 있어야 한다”며 검증 활동을 강조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외교적 해결의 중요성을 거론했다. 그는 IAEA 총장이 아니라 세계 시민으로서 하는 말이라며 “현재 진행 중인 외교적 프로세스가 없다는 것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외교든 진행 중이어야 하고 이를 통해 한반도 평화와 긴장 완화를 도모하고 비핵화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면담에서 북한과 협의를 되살리기 위해 조 바이든 행정부가 여전히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IAEA 차원에서 정교한 북한 핵 관련 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취임 뒤 IAEA 이사회 일각에서 ‘북한 핵 문제는 냉동고에 넣어두고 이사회가 더 이상 고려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를 ‘경종’으로 받아들였고, 실제로 일어나는 일들을 더욱 확실하게 밝힐 필요를 느꼈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9월 IAEA는 연례 이사회 보고서에서 북한 영변 핵시설 내 5MW(메가와트) 원자로와 관련 “2021년 7월 초부터 냉각수 방출을 포함해 원자로 가동과 일치하는 정황들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지난달 20일 열린 IAEA 총회에서 영변 핵시설 원자로 재가동 조짐의 심각성을 지적하며 “북한에서 플루토늄 분리(추출)와 우라늄 농축, 다른 활동들에 대한 작업이 전속력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