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우주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21일 발사에는 성공했으나, 최종 목표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설계부터 제작, 시험, 인증 등 전 과정을 국내 기술로 완성한 첫 발사체가 우주까지 쏘아올려졌지만 마지막 순간인 모사체(더미 위성)의 궤도 안착에는 실패한 것이다.
다만 기존 우주 선진국들도 처음 개발된 발사체의 성공률이 30%에 불과한 상황에서 누리호는 첫 시도에서 큰 성과를 내며 독자적인 우주 개발 시대의 가능성을 보였다. 무게 1t 이상급 실용 위성을 우주 궤도로 쏘아 올릴 수 있는 국가는 미국 러시아 프랑스 일본 중국 인도 6개국 뿐이다.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아쉽게도 목표에 완벽하게 이르지 못했지만 첫 번째 발사로 매우 귀중한 성과를 얻었다”며 “더미 위성을 궤도에 안착시키는 것이 미완의 과제로 남았다”고 밝혔다. 로켓의 1~3단이 제 시간에 정확히 분리됐지만, 더미 위성이 계획한 궤도에 성공적으로 안착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누리호는 당초 예정보다 1시간 늦은 오후 5시 발사됐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등에 따르면 발사대 하부 시스템 및 벨브 점검에 추가 시간이 소요됐다는 설명이다.
누리호 발사는 발사 시각 확정부터 발사, 우주 궤도 도달까지 톱니바퀴처럼 정확하게 맞물려 돌아갔다. 누리호는 발사 2분 7초 만에 고도 59㎞에 도달한 뒤 1단 엔진을 성공적으로 분리했다. 첫 고비를 넘긴 것이다.
발사 3분 53초 만에 공기 저항이 거의 없는 고도 191㎞에 다다르자 페어링(위성 등 발사체 탑재물을 보호하는 덮개)을 떨궈내며 두 번째 고비 역시 무사히 넘겼다. 발사 4분 34초 뒤 고도 258㎞에 올라가자 2단 엔진이 분리되고 3단 엔진이 정상적으로 가동됐다.
이륙 후 15분쯤 비행 속도가 초속 7.5㎞에 달했다. 목표 고도인 700㎞에 다다르자 발사체에서 떨어져 나온 무게 1.5t의 더미 위성이 예정된 궤도를 비행하기 시작했다. 당초 예정보다 1분가량 일찍 목표 궤도에 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도 700㎞까지 올라간 것만으로도 성과를 낸 것이란 평가가 나왔다. 최종 성공 발표는 더미 위성의 궤도 분석이 완료된 오후 6시10분쯤 이뤄졌다.
누리호 총 예산은 1조9572억원으로, 2010년 3월부터 개발을 시작했다. 누리호 개발에는 300여개 기업이 참여했다. 누리호를 구성하는 37만개의 국내 제작 부품은 정확하게 제 기능을 수행했다. 누리호의 경우 개발 후 첫 발사인 만큼 정식 인공위성이 아닌 더미 위성을 실었다. 발사체 기술이 완료되면 실제 위성을 올리는 시도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국내 발사체 기술 수준은 미국과 비교해 기존 60%에서 70%까지 도달했으며, 우주 선진국들과의 기술 격차 역시 종전 18년에서 10년 안쪽으로 따라잡았다는 게 과학계 평가다.
이도경 최재필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