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법천지’ 아이티…美선교사 몸값으로 “200억 내놔”

입력 2021-10-21 10:03
아이티 시민들이 19일(현지시간) 수도 포르토프랭스 북쪽에 있는 미국 자선단체 사무실 근처에서 갱단에 납치된 선교단 인원들의 석방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아이티에서 미국과 캐나다 국적의 선교사 17명을 납치한 갱단이 1인당 100만 달러(약 11억 7850만원)씩 총 1700만달러(약 200억 3450만원)를 몸값으로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CNN, 로이터 등 외신은 19일(현지시간) 리스트 키텔 아이티 법무부 장관의 발표를 인용해 갱단 측이 1700만달러에 해당하는 몸값을 요구하고 있으며 FBI가 아이티 경찰과 협업해 납치범들과 접촉하고 있다고 전했다.

키텔 장관은 협상에 여러 주가 걸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우선 몸값을 지불하지 않고 인질들이 풀려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갱단에게 돈을 준다면 그 돈이 더 많은 총과 탄약에 쓰일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 16일 미국인 16명과 캐나다인 1명은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 외곽에 위치한 크루아데부케의 보육원을 방문하고 돌아가던 도중 무장한 괴한들에게 납치됐다. 이들은 미국 오하이오주에 본부를 둔 기독교 자선단체 소속의 선교단이다. 납치된 선교단 중에는 8개월된 아기와 3,6,14,15살 미성년자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을 납치한 배후에는 범죄조직 ‘400 마우조’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갱단은 크루아데부케 일대를 장악해 납치와 살인 및 약탈을 일삼아 악명이 높다. 지난 4월에도 사제 5명과 수녀 2명, 사제의 친척 3명을 납치하기도 했다.

카델 장관은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당시엔 사제 2명에 대해서만 몸값을 지불해 협상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이번에도 그 수준의 협상이 최상의 결과일 것이라고 말했다.

카리브해에 위치한 최빈국 아이티는 최근 치안이 급격히 악화돼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7월 아이티의 대통령인 조브넬 모이즈가 암살당했다. 또 지난 8월에는 규모 7.2의 강진으로 2200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극심한 혼란이 이어지며 수도의 40%를 갱단이 장악하는 등 아이티 내 정세는 무정부 상태를 방불케 하는 상황이다.

AP 통신에 따르면 17명이 납치된 이번 사건은 최근 몇 년간 아이티에서 발생한 납치 사건 중 최대규모이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피랍자들의 석방을 위해 아이티 경찰과 계속 접촉하고 있다며 “조속한 해결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혜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