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의 핵심 4인방이 20일 검찰에 한꺼번에 소환된다. 수사 답보 상태에 놓인 검찰이 대질조사를 통해 분위기를 전환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차장검사)은 이날 오후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와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불러 조사를 진행한다.
검찰은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한 차례 기각됐고, 남 변호사는 미국에서 귀국하자마자 체포했으나 체포 시한 만료를 4시간을 앞두고 석방했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이들의 혐의를 충분히 다지지 못한 채 섣불리 강제수사를 진행해 수사 동력을 잃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김씨는 이날 오후 검찰에 출석하면서 ‘50억 클럽’ 등과 관련된 취재진의 질문에 “들어가서 (검찰에) 잘 소명하겠다”고 짧게 답했다. 박영수 전 특별검사의 인척인 분양대행업체 대표 이모씨에게 100억원을 전달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그건 정상적인 거래였다”고 말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11일 김씨를 처음 불러 조사한 뒤 하루 만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씨가 유 전 본부장과 함께 민간 사업자가 거액의 수익을 가져갈 수 있도록 사업 구조를 설계해 성남도시개발공사 측에 ‘1163억원+α’의 손해를 입혔다는 게 공소사실의 골자다. 검찰은 김씨가 그 대가로 유 전 본부장에게 700억원을 지급하기로 약속했고, 이 가운데 5억원은 실제 뇌물로 제공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법원은 “구속 필요성이 충분히 소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검찰이 처음에는 김씨가 유 전 본부장에게 제공한 뇌물을 ‘수표 4억원+현금 1억원’으로 구성했다가 영장심사 과정에서 ‘현금 5억원’으로 바꾼 게 영장 기각의 빌미를 줬다는 분석이 나왔다. 유 전 본부장의 자택 압수수색 과정에서 휴대전화를 분실한 것도 논란이 됐다. 검찰 수사팀은 “유 전 본부장이 휴대전화를 던지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이후 경찰이 인근의 CCTV를 분석해 휴대전화가 떨어지는 장면을 포착하는 일도 있었다. 모두 검찰의 수사 능력을 의심하게 만든 장면들이었다.
검찰은 이날 구속 상태에 있는 유 전 본부장도 조사할 방침이다. 유 전 본부장은 전날 검찰의 구속 수사가 부당하다며 법원에 구속적부심을 청구했다가 기각됐다. 검찰은 구속기한이 만료되는 오는 22일 유 전 본부장을 기소할 전망이다. 한 차례 영장이 기각된 김씨에 대해서는 혐의를 다진 뒤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방침이다.
전날 새벽에 풀려난 남 변호사도 이날 재조사를 받는다. 검찰은 체포시한 내 충분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석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핵심 물증인 녹취록을 검찰에 제출한 정 회계사도 이날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대장동 의혹의 핵심 4인방이 모두 모이는 만큼 검찰이 이들의 대질신문을 통해 엇갈리는 진술을 대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