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 동안 임대인이 세금을 내지 않아 세입자가 돌려받지 못한 전세금이 33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자산관리공사로부터 받은 ‘공매 주택 임차보증금 미회수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임대인의 미납 세금으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는 모두 900명이었다.
900명 중 179명은 보증금을 한 푼도 회수하지 못했다. 이렇게 세입자가 날린 보증금은 335억원에 달했다.
이 같은 일이 발생하는 이유는 ‘조세채권 우선의 원칙’ 때문이다. 집주인이 국세를 체납했을 때 국가는 체납된 세금을 보증금에 우선해 충당할 수 있다. 공매 처분으로 주택이 매각되면 국가가 세금을 먼저 가져가고, 이후 남는 금액이 없으면 임차인은 보증금을 받지 못하는 구조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선 임대차 계약 전 임차인이 집주인의 세금 체납 여부를 미리 확인해야 하지만, 임대인 동의 없이는 확인할 수 없어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임대차 계약 체결 과정에서 임대인의 미납 세금을 열람한 사례는 지난 5년간 822건에 그친다.
지난 8월 법무부와 국토교통부가 개정한 주택임대차표준계약서에 임대인의 미납 국세·지방세를 표시해 확인하도록 하고 있지만 이 역시 권고사항에 불과하다.
진성준 의원은 “계약 전 발생한 임대인의 세금체납 여부를 임차인이 파악하기 어려워 이를 악용한 전세 사기가 계속되고 있음에도 국토부가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며 “표준임대차계약서에 임대인 세금완납 증명서를 포함하는 등 임대인의 체납 정보 및 권리관계를 제공하는 것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