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넘게 뉴욕의 심장부를 지켜온 ‘미국 건국의 아버지’ 토마스 제퍼슨 동상이 퇴출된다고 19일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뉴욕시의회가 철거 결의안을 채택하면서 시청과 의회 사이 광장에 자리잡은 제퍼슨 동상이 사라지게 됐다는 것이다.
토마스 제퍼슨은 미국 독립선언서를 쓴 건국의 영웅이다. 하지만 흑인계과 히스패닉 출신 의원들이 다수를 이룬 뉴욕시의회는 제퍼슨이 생존 당시 흑인노예를 소유한 농장주였으며, 인종차별주의자였다는 이유로 이같은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결의안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절 버지니아 주도 리치먼드에서 벌어진 로버트 리 장군(남북전쟁 당시 남군 전쟁영웅) 동상 철거 시위이후 촉발된 미국 각 지역 동상들에 대한 검증 ‘붐’이 불면서, 지난해 뉴욕시의회에 상정됐다.
제퍼슨은 미국이 영국과의 독립전쟁에서 승리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 뿐 아니라 독립선언서에 “만인은 평등하게 창조됐다”고 쓴 인물이다. 그러나 자신의 흑인 노예를 백인과 비교하며 “당나귀를 말과 비교하는 것과 같다”고 표현했을 정도로 인종차별주의자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철거된 동상을 뉴욕역사박물관으로 옮기는 방안을 놓고도 흑인·히스패닉계와 백인 의원 간 논쟁을 벌이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흑인·히스패닉계 의원들은 “옮겨진 제퍼슨 동상 앞에는 반드시 ‘600명 이상의 흑인 노예를 소유했으며 여성노예와 동침해 낳은 자신의 자식조차 노예로 삼은 인물’이라는 설명을 달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뉴욕시와 시의회 백인계 의원들이 난색을 표하면서 동상 철거가 실제로 언제 이뤄질지는 미지수라고 뉴욕타임스는 전망했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