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15일 일어난 포항지진으로 삶의 터전을 잃고 임시구호소에서 생활하던 마지막 이재민들이 새로운 보금자리로 돌아갔다. 지진 발생 1435일 만이다.
경북 포항시는 19일 오전 11시 흥해실내체육관에 마련된 지진피해 이재민 임시구호소를 철거했다. 체육관에 설치됐던 텐트 221개동을 걷어내고 세대별 개인물품도 정리됐다.
이날 임시구호소에 마지막 남았던 이재민 9가구 11명은 6.6㎡(2평)의 텐트 생활을 4년여 만에 마무리하고 자진 퇴소했다.
지난 14일 이강덕 포항시장은 한미장관맨션 비상대책위원회를 비롯한 주민들과 면담을 하고 흥해실내체육관에서 철거하기로 협의를 마무리했다.
임시구호소를 떠나는 이순 오(여·75) 씨는 “체육관에 설치된 텐트를 보기만 해도 눈물이 난다”면서 “그동안 이웃한 사람들과 아프지 말고 생활하자며 서로 다독이며 버텼다”고 말했다.
윤 모(여·50) 씨는 “지진 당시는 생각만 해도 공포스럽다. 4년 동안 일상이 엉망이 됐고 가슴에 돌덩어리 하나를 품고 사는 기분이다”라며 “일상 회복을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이 있었지만, 아직 부족한 점이 많은 것 같다”고 했다.
포항은 지열발전 때문에 발생한 규모 5.4의 촉발지진으로 사망 1명, 부상 117명과 수천억원의 재산상 피해는 물론 부동산 가치 하락, 관광객 감소 등 많은 간접피해를 입었다.
지진 발생 직후 1797명의 이재민이 발생해 시는 31곳에 임시구호소를 설치·운영했다. 흥해실내체육관만 최근까지 운영했다.
흥해실내체육관 임시구호소는 2017년 11월 15일부터 운영하면서 최대 이재민 1180명을 수용하기도 했다. 10월 현재 기준으로 이곳에 등록된 이재민은 60가구 154명이다.
이들 중 한미장관맨션 주민 9가구는 지진 당시 큰 피해를 입었으나, 정밀안전진단 결과 C등급으로 판정됨에 따라 전파 판정 등을 요구하며 마지막까지 남아 있었다.
국무총리 소속 피해구제심의위원회는 지난 9월 24일 4개동 240세대로 구성된 한미장관맨션에 대해 ‘수리 불가’ 및 지원금 지급을 최종 결정했다.
시는 한미장관맨션 주민들이 해당 부지에 재건축을 추진함에 따라 행정절차 진행 등 적극적인 지원을 해 나갈 계획이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4년이란 긴 시간 동안 아픔과 불편을 겪은 주민들이 이제라도 실질적인 피해지원을 받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어서 다행이다”라며 “지진이라는 위기를 딛고 새롭게 도약의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함께 해준 모든 분께 감사드리며, 더 안전하고 살기 좋은 포항을 완성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포항=안창한 기자 chang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