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최소 40일…제주시 음식물쓰레기 처리 ‘어쩌나’

입력 2021-10-19 07:26 수정 2021-10-19 11:25
제주시 봉개동 음식물처리시설 인근에 업체가 생산한 퇴비가 가득 쌓여있다. 제주시는 음식물쓰레기처리 위탁업체가 미생물 배양균을 음식물쓰레기에 섞어 이를 소멸시키는 특허 공법 방식으로 생산한 퇴비를 지난해 4000t 이상 농가 등에 무상으로 공급했으나 악취 민원을 우려해 올 들어서는 공급을 중단했다. 문정임 기자

제주 제주시가 음식물류폐기물처리업체를 기존 업체와 계약 만료가 임박한 시점에 교체하면서 제주시 관내에서 들어오는 음식물쓰레기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 도 전역의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할 서귀포시 색달동 광역 음식물처리시설 준공이 2년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굳이 새 업체를 선정한 이유를 놓고도 뒷말이 나오고 있다.

18일 제주시 봉개동 음식물자원화시설. 음식물쓰레기를 미생물 톱밥과 섞어 소멸화시키는 공장 내부에 물기와 협잡물만 걷어낸 음식물쓰레기(탈수케이크)가 가득 쌓여있다. 정상적으로라면 탈수케이크가 있으면 안 되는 곳이지만 제주시가 지난 9월말 이후 음식물쓰레기 처리에 사용하던 시 소유 건조기 보수 작업에 들어가면서 미처리된 폐기물이 곳곳에 쌓이고 있다.

제주시 등에 따르면 봉개동 음식물자원화시설에는 하루 평균 135~150t의 음식물쓰레기가 들어온다. 이물질과 수분을 제거하는 공정을 거치면 60t 가량의 탈수케이크가 남는데 이중 40t은 위탁업체(미생물 소멸화 공법)가, 나머지 20t은 제주시가 자체 건조한 후 소각하는 방식으로 처리하고 있다.

그런데 제주시가 위탁업체를 교체하기로 결정하고 시 소유 건조기 보수 작업을 진행하면서 9월 말 이후 제주시가 처리해야 할 하루 20t 물량이 제대로 소화되지 못 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서 음식물자원화시설 곳곳에는 미처리된 탈수케이크가 쌓이고 음식물의 침출수로 보이는 액체가 고이며 심한 악취를 풍기고 있다. 최근까지 200t이 넘는 미처리 폐기물이 쌓였고 현재도 매일 일정 분량의 폐기물이 계속 추가 적재되고 있는 상황이다.
음식물처리장 곳곳에 미처리된 탈수케이크가 가득 쌓여있다.

더 큰 문제는 폐기물 적체가 12월 초순까지 이어진다는 점이다.

제주시 환경시설관리소에 따르면 시 소유 건조기 보수 작업과 신규 업체의 시설 설치가 완료돼 실제 운행에 들어가기까지는 앞으로 최소 40일, 최대 두 달 가량이 소요될 전망이다.

여기에 하루 40t을 처리해오던 기존 업체가 계약 만료에 따라 철수 작업에 들어가면 적체 물량은 그만큼 더 늘어나게 된다.

시는 건조기 보수 공사가 마무리되면 야간 작업을 해서라도 최대한 처리한다는 입장이지만 입고 쓰레기 물량 전체를 소화하는 것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제주시가 기존 위탁업체와 계약 기한을 얼마 남겨 놓지 않고 새 업체를 선정한 이유를 놓고도 뒷말이 나오고 있다.

제주시 봉개동 음식물자원화시설의 음식물쓰레기 처리 업무가 서귀포시 색달동 광역 처리장 준공까지 2년 밖에 남지 않은 데다 기존 업체와의 계약 만료가 임박한 시점에서 신규 업체를 선정했기 때문이다. 제주시로서는 쓰레기 적체를 감안한 결정이었던 셈이다.

이에 대해 제주시 관계자는 “서귀포시 색달동 광역 처리장 공사가 지연되면서 당초 이달 말까지 주민과 약속했던 음식물처리시설 사용 기한을 연장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며 “이런 가운데 지난해 일부 주민이 악취 민원을 제기했고 주민과 도외 처리업체 몇 곳을 방문해 그중 한 곳을 새 위탁 업체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음식물쓰레기 처리 방식을 기존 미생물 소멸화 공법에서 건조 처리 방식으로 바꾸면 악취 문제를 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결정하게 된 것”이라고 부연했다.
제주시 봉개동 음식물쓰레기처리 위탁업체가 18일 제주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제주시의 음식물쓰레기 편법 처리 강요 문제 등을 비판하고 있다.

한편 기존 위탁업체는 18일 제주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시는 음식물쓰레기 편법 처리를 강요하지 말고 열악한 환경에 놓인 처리 작업 환경도 개선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2015년부터 제주시와 위탁 계약을 맺어 온 이 업체는 제주시가 기존 시 소유 건조기로 처리해오던 물량이 처리장 곳곳에 쌓이면서 직원들은 악취가 심해 두통이 올 정도로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들은 제주시가 주민 민원을 막기에 급급해 퇴비가 아닌 음식물쓰레기 협잡물을 퇴비 용지에 포장하도록 지시하고 정작 이들 업체가 생산한 퇴비는 올 들어 농가에 한 차례도 보급하지 않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를 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