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항소심 연내 마무리 수순…전일빌딩 헬기사격 탄흔은

입력 2021-10-18 17:50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90) 전 대통령에 대한 항소심 재판이 연내 마무리된다. 전씨 측은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분석결과를 부인하고 전일빌딩 탄흔을 헬기 사격에 의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광주지법은 18일 오후 201호 형사대법정에서 형사1부(김재근 부장판사) 심리로 전씨의 사자명예훼손 혐의 항소심 공판기일을 열었다. 6번째로 진행된 재판에서는 전씨 측의 신청으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광주 전일빌딩 탄흔 분석 결과에 대한 증거조사가 진행됐다.

전일빌딩은 1980년 당시 옛 전남도청 일대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다. 지난 2016년 구조변경을 앞두고 10층 안팎에서 다수의 탄흔이 발견돼 광주시가 국과수에 감정을 의뢰했다.

김동환 국과수 총기연구실장은 10층 천장에 방사형 탄흔이 발견된 데다 기둥 중심으로 하향·수평·상향 탄도 탄흔이 존재하는 점을 볼 때 정지 비행 상태의 기관총에 의한 헬기 사격일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이를 두고 전씨 측 정주교 변호사는 전문가 도움을 받은 건물의 3D 도면 탄흔 궤적을 제시한 뒤 "빌딩 외부를 비행하던 헬기가 하향 사격을 했다면 외벽 두께, 창틀 때문에 10층 내부 창가 쪽 탄흔은 사실상 생길 수 없다"라는 취지로 반박했다.

검찰은 “1심에서 10층의 모든 탄흔이 같은 원인으로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국과수도 모든 탄흔을 헬기 사격에 의한 것으로 특정하지는 않았다”고 맞섰다.

검찰은 헬기 사격 장소, 출동 부대, 헬기 기종, 총기 종류 등을 특정할 수 있는지 검토해달라는 재판부의 요구에 대해 육군항공단 부대원들의 진술과 광주소요사태 분석 교훈집 등을 토대로 당시 광주에 500MD 12대가 무장해 출동했다고 밝혔다.

앞서 1심 재판장은 국과수 감정 결과와 목격자 진술, 군 관련 문서 내용 등을 종합하면 1980년 5월 27일 UH-1H 헬기에 설치된 M60 기관총을 이용, 전일빌딩에 사격했다고 인정했다. 다만 전일빌딩(10층 포함)에서 발견된 탄흔 270개 모두가 UH-1H 헬기의 기관총에 의한 사격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국방부 헬기 사격 특조위도 계엄사령부가 헬기 작전계획 실시 지침을 내린 점, 무장 헬기에서 위협 사격 이상의 사격이 이뤄진 점 등 각종 군 문서와 계엄군의 진술을 토대로 헬기 사격을 공식 인정한 바 있다.

검사는 전일빌딩을 향한 헬기 사격이 없었다는 전씨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추후 의견서로 자세한 견해를 밝히겠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다른 추가 증거가 있으면 서면으로 제출받고 다음 재판일인 11월 29일 변론 절차를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르면 올해 안에 전씨에 대한 검사의 구형과 2심 선고 공판이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전씨는 2017년 4월 발간한 자신의 회고록에 '5·18 당시 헬기 기총 소사는 없었던 만큼 조비오 신부가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것은 왜곡된 악의적 주장이다. 조 신부는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다'라고 적어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해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의 유죄를 선고받았다.

1심 재판장은 국군이 (정권 찬탈을 위해) 국민을 공격했다는 매우 중요한 쟁점이라는 것을 인식하고도, 전씨가 자신의 정당성을 확보하려고 역사 왜곡 회고록을 출판해 조 신부의 명예를 고의로 훼손했다고 밝혔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