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의 마지막 거리 두기 방역수칙 시행으로 최대 8인(4단계 지역 기준)까지 사적 모임이 허용된 첫날 자영업자들은 단체 손님 예약을 받으며 분주한 모습이었다. 다만 코로나19가 다시 퍼져 방역수칙이 강화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종업원을 추가 고용하지는 못하고 영업에 나서는 가게들이 많았다.
서울 서초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모(51)씨는 새로운 방역수칙이 적용되기 시작한 18일 오전 “수요일(20일) 저녁에 8명 자리를 예약해달라”는 전화를 받고 한숨을 돌렸다고 한다. 김씨는 “어제 저녁 영업을 마치고 8인석을 만들면서 이제 숨통이 트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테이블 사이사이 2인, 4인 단위로 촘촘하게 놓았던 투명 가림막을 치우니 속이 다 시원했다”고 말했다.
이날부터 수도권 4단계 지역의 경우 모든 다중이용시설에서 백신 접종완료자 4명을 포함해 8명까지 모일 수 있다. 종전 수칙보다 2명 늘어난 것이다.
서울 관악구의 한 고깃집 주인은 “단체 예약 문의가 꽤 들어왔다”며 상기된 모습이었다. 그는 “오늘 저녁에도 두 팀이나 예약이 들어왔다”며 “얼마 만에 단체석을 운영해보는지 모르겠다”고 웃었다. 서초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윤모(50)씨도 “오늘 단체 손님 4팀이 예약을 했다”며 예약 장부를 보여줬다.
손님이 한꺼번에 몰려도 충분히 맞을 여력이 없다는 토로도 나왔다. 코로나 장기화로 쌓인 적자 탓에 직원을 추가 고용하기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서초구 음식점 운영자 김씨는 지인에게 사정이 급할 경우 잠시 도와줄 수 있냐고 부탁해뒀다고 한다. 그는 “식재료도 평소보다 넉넉하게 준비할 계획이지만, 지금은 폐업을 안 하고 버틴 것만으로도 다행인 상황이라 무리하게 서비스 이벤트 등 무언가를 준비할 여력은 없다”고 말했다. 다음 달 ‘위드 코로나’ 방침이 나오고 단계적 일상회복이 궤도에 오를 때까지 직원 채용은 미룰 생각이다.
‘백신 인센티브’ 사각지대였던 노래방과 스크린골프장을 운영하는 이들도 영업 정상화 기대를 높였다. 서울 관악구에서 노래방을 운영하는 김모(43)씨는 “지난 지침이 내려왔을 때는 여러 손님들이 ‘6명이 같이 밥 먹는 건 되고, 노래 부르는 건 안 되냐’고 화를 냈었는데 이번에는 일괄 적용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경기 고양시 한 스크린골프장 직원은 “저녁 시간대 단체 손님 문의가 늘고 있다”며 “그동안 백신 인센티브 조건이 까다로워 예약 절차가 복잡했는데 예약 업무도 쉬워질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자영업자들은 영업시간 규제가 완화되지 않은 것에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김씨는 “노래방은 2, 3차로 찾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원래대로 영업시간을 풀어주지 않으면 매출에 큰 차이가 있을지는 모르겠다”며 “사실상 ‘반쪽짜리’ 완화 지침”이라고 했다. 송파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이모(39)씨도 “10분이라도 더 영업하는 것이 중요한데 정작 영업시간이라는 핵심 규제는 완화되지 않았다”며 “갑자기 단체 손님이 많아진다고 해도 영업시간이 그대로면 손실을 채우긴 역부족일 것 같다”고 전했다.
이미 사람들이 소규모 모임에 익숙해졌기 때문에 단체 예약 수준은 큰 변화가 없을 것이란 예상도 나왔다. 관악구에서 고깃집 운영하는 김모(62)씨는 “시민들의 모임 형태가 많이 변해 한순간에 달라질 것 같진 않다”며 “규제가 남아있는 한 당장 매출이 크게 뛸 것이라는 기대감은 들지 않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박민지 이형민 신용일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