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프리카 수단에서 군부의 쿠데타를 요구하는 친군부 세력의 시위가 벌어졌다.
1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BBC 등 외신은 수천명의 시위대가 전날부터 이틀간 수도 하르툼의 대통령궁 앞에 결집해 군부 지도자 아딜 파타 알부란 장군의 쿠데타 실행을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시위대는 대통령궁 정문 앞까지 몰려와 “국민을 굶기는 정부는 내려오라”는 구호를 외쳤다. 한 시위자는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군사 정부가 필요하다. 현 정부는 정의와 평등을 실현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BBC는 대통령궁 경비를 위한 경찰력이 거의 없었으며, 과거 시위대가 대통령궁 정문까지 진입하는 경우는 드물었다고 전했다. 아이만 칼리드 하르툼 주지사는 성명을 통해 “정체불명의 무장단체가 정부 건물 주변의 보안 장벽을 제거하고, 경찰과 보안군의 시위 저지를 가로막았다”고 밝혔다.
민간 총리인 압달라 함독은 지난 15일 “과도 정부가 가장 위험한 최악의 위기를 겪고 있다”고 밝혔다. 함독 총리는 독재자 오마르 알 바시르 전 대통령이 축출된 이후인 2019년 8월 취임해 경제개혁을 주도하면서 연료 보조금을 삭감했으나 인플레이션을 막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최근 과도 정부에 대한 지지가 곤두박질치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시위를 군이 주도했을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지난달 21일 알 바시르 전 대통령을 추종하는 잔존 세력이 쿠데타를 시도했다가 실패한 이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CNN에 따르면 쿠데타 실패 진압 이후 군부는 과도 정부를 주도하고 있는 야당 ‘자유와 변화 세력(FFC)’에 대한 개혁과 내각 교체를 요구해왔으며, 반대로 민간 세력은 군부가 권력 장악을 노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수단에선 2019년 4월 군부 쿠데타로 알 바시르 전 대통령을 축출한 이후 군부와 야권이 권력을 분점하고 있다. 이들은 ‘통치위원회’를 구성하고 과도정부를 꾸려 완전한 민정 복귀를 위한 작업을 주도해왔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