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아이폰은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스마트폰 중 하나다. 2021년 1분기 기준 전체 매출은 삼성 갤럭시 시리즈가 1위, 아이폰이 2위를 기록했다. 삼성이나 중국 샤오미 등이 안드로이드폰 시장을 분점하는 반면, 아이폰은 독자 유저인터페이스와 앱마켓으로 ‘애플 생태계’를 만들어 단일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충전방식도 독특하다. 안드로이드폰들은 거의 같은 방식의 충전코드와 충전기 케이블을 공유하지만, 아이폰은 오로지 애플 제품에서만 통용되는 라이트닝 방식을 고집하며 미국은 물론, 중국 유럽 일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그런데 애플에 예상치도 못한 난관이 들이닥쳤다. 유럽연합(EU)은 이르면 2024년부터 모바일 기기 충전방식을 USB-C 케이블로 통일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EU 행정부 역할을 하는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는 USB-C를 스마트폰 충전 케이블 표준 방식으로 정해 다른 충전방식을 전면 퇴출하는 것을 골자로 헌 법안을 유럽의회에 제출했다고 뉴욕타임스가 18일 보도했다. 이유는 환경보호를 위해 충전기 등 전자기기 폐기물을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해서다.
법안에 따르면 EU 소속 각국의 시장에 팔리는 스마트폰 뿐 아니라 태블릿, PC, 무선 스피커, 스마트폰용 헤드셋, 비디오게임 콘솔 등 모든 종류의 전자기기는 무조건 USB-C 케이블을 통한 단일 충전방식으로만 유통할 수 있다.
이 법안이 유럽의회를 통과해 실제 적용되면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기업은 바로 애플이 될 것이라는 게 뉴욕타임스의 전망이다. 신문은 “애플은 아이폰 뿐 아니라 아이폰용 무선 이어폰, 아이폰용 스피커, 태블릿 등 모든 자사 생산제품에 라이트닝 단자를 통한 충전방식을 지금까지 고집해왔다”며 “법안이 실제화되면 애플은 아예 유럽시장을 포기하거나, 애플 고유의 정체성을 버리고 전 제품을 새로 설계해야 할지 모른다”고 전했다.
이어 “다른 안드로이드폰 생산기업은 충전방식을 진화시키며 유연하게 바꿔온데 비해 애플의 고집은 지금까지 누구도 꺾지 못했다”며 “USB-C 방식 자체가 안드로이드폰 생태계에 일반화된 방식”이라고도 했다.
EU가 이처럼 ‘급진적’인 친환경 정책을 채택하려 하는 것은 전자기기 폐기물이 토양 등 자연환경에 가장 치명적인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자연 정화되지 않고 토양에 스며드는 전자기기 재료 가운데 수은 등 중금속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EU는 모바일 기기 충전방식을 통일하면 충전기 폐기물이 절반이상 감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U는 이외에도 스마트폰에서 배터리를 분리해 사용할 수 있도록 강제하는 조항도 이 법안에 포함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낡은 스마트폰을 버릴 때도 유해물질이 가장 많은 배터리만 따로 분리해 폐기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뉴욕타임스는 “EU의 이 법안을 피해가는 유일한 돌파구는 무선충전 방식”이라며 “애플이 아이폰의 기존 설계를 바꾸지 않고 전면적인 무선충전 방식을 채택할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전망했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