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서 회사 갔다가 다시 집, 밥 먹고 휴대폰 하다 자고. 또 아침에 일어나 회사 갔다가 집에 와 밥 먹고 휴대폰 하다 자고. 인생이 왜 이렇게 재미가 없는지, 자꾸만 무기력해지는 꿍미니. 이대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이럴 때가 ‘소확성’ 세계관으로 들어갈 때래.
소확성이 뭐냐고? 말 그대로 ‘소소하지만 확실한 성취감’이라는 뜻이야. 다들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은 들어봤을 거야. 소확행도 좋지만 ‘뜬구름 잡는 행복’만으론 불안한 요즘, 작지만 눈에 뚜렷이 보이는 성취를 경험하자는 소확성이 등장한 거지.
하루에 책 한 장 읽기, 1만 걸음 걷기, 수세미 뜨기 등 소소한 도전에서 작지만 뚜렷한 성공을 해보는 거야. 이런 걸 왜 하냐고 묻는다면, 내가 괜찮은 사람이라 느끼는 것, ‘자기효능감’을 얻는 것 때문이라 답할 수 있어. 그게 바로 소확성의 핵심이래.
무기력의 늪에 빠진 꿍미니도 가능할까. 쇠뿔도 단숨에 빼랬다고, 우리도 소확성에 도전해보기로 했어!
새벽 기상부터 사슴목 만들기, 예술가 도전까지…우리도 해봤다!
※이름은 각 인턴이 좋아하는 음식을 따온 익명을 사용했어. [누구보다 빠르게 일어난다, 미라클 모닝]
민초 : 내가 선택한 소확성은 ‘미라클 모닝’이야! 이른 아침에 일어나 운동, 공부, 독서 같은 자기계발을 하는 활동이지. 따려고 벼르던 자격증이 있었는데 시도조차 못 하고 있던 나에게 딱인 것 같아. 일주일간 새벽 5시에 일어나 인터넷 강의를 듣기로 했어.
새벽 5시에 알람이 울리고 깰까 말까 고민하는 순간, 이게 정말 ‘소소한’ 성취 맞나 싶을 정도로 회의감이 몰려와. 이게 무슨 도전인가 싶지만, 결코 만만치 않다고. 그럴 때 생각을 멈추고 화장실로 직행, 찬물로 세수 한 번 했어. 잠을 떨치고 두 시간짜리 강의 하나 보고 나니 진짜 가슴 가득 성취감이 차올라. 일찍 일어났다는 사실에 성취감 1뿜뿜, 강의 하나 끝냈다는 사실에 성취감 2뿜뿜, 여유로운 출근 준비에 성취감 3뿜뿜!
그런데 7일째 도전은 실패했어. 눈을 떴는데 벌써 7시라니. 7일 연속 새벽 5시 기상은 무리였나 봐. 대신 1번의 실패가 오히려 앞선 6번의 성취를 더 빛내는 것 같았어. 매일은 못해도 앞으로 더 ‘미라클 모닝’을 얻어야겠다고 마음먹었어!
[소확성 세계관에선 나도 예술가?]
고수 : 나는 원래 그림을 그리고 무언가를 만들고, 꼬물꼬물 손 쓰는 걸 좋아해. 그런데 회사에 다니면서부터는 피곤하다는 이유로, 퇴근하면 눈알만 움직이고 있더라고. 소파에 붙어 보는 예능, 드라마는 재미있었지만 어느 순간 신나지 않았어.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지 않고 있다는 죄책감에 마음이 불편했던 것 같아.
아까운 시간, 원래 내가 좋아하던 취미 활동으로 채워보기로 했어. 그런데 물감을 사고 종이를 펼치는 것은 너무 본격적이라 부담스럽더라고. ‘소소한’ 소확성에 걸맞게 아이패드를 활용해 조금씩 시간을 투자해 그려보기 시작했어. 그러다 보니 어느새 두 개의 작품이 뚝딱. 결과물이 나와주니 정말 ‘작지만 내가 무언가 해냈다’는 만족감에 괜히 뿌듯해지더라고.
진짜 숙원사업이었던 뜨개질에도 도전했어. 하는 법도 몰라 유튜브를 참고해 한코 한코 떠봤어. 겨울에 직접 만든 목도리를 하고 나가는 ‘낭만’에 미리 젖으면서 말이야. 그런데 그건 김칫국이었어. 알고 보니 폭이 5㎝에 불과한 목도리를 뜨고 있었던 거야…. 그래도 포기는 아니야. 나는 못 해도 친구네 강아지 선물용으로 끝까지 완성해보려고 해!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것 투성이인 현실과 달리 ‘소확성’ 세계에선 내가 원하는 의미를 담아 해낼 수 있는 일이 있다는 점에서 분명 만족감이 있더라고.
[거북목 벗어나 사슴목으로! 하루 10분 투자]
따파(따뜻한 파인애플) : 내 ‘소확성’ 픽은 정말 소소한 노력을 요하는 것이야. 딱 10분을 내 몸을 위해 투자하는 것. 회사에서 종일 의자에 앉아 구부정한 자세로 모니터 화면만 보다 보니 어느 순간 거북이처럼 목만 쭉 내밀고 있더라고. 직장인 대표 고질병인 ‘거북목 증후군’이 회사 생활 고작 2개월 만에 찾아오다니…. 자세 교정을 위해 유튜브 영상을 찾아보던 중 10분짜리 ‘거북목 스트레칭’을 발견했어.
저녁마다 10분씩 투자하는 일은 정말 소소한 노력이었는데, 효과는 엄청났어. 스트레칭을 하고 나면 어깨에 얹혀있던 묵직한 곰 한 마리가 사라지는 것 같았다니까!
내 추천은 ‘강하나 스트레칭’ 채널이야. 그 중 ‘목 스트레칭’은 동작이 간단하고 시원해서 매일 따라 하게 되더라고. ‘하루 10분 투자 스트레칭’으로 ‘사슴목’이 될 수 있다면, 제대로 ‘소확성’ 아니겠어?
10분 스트레칭을 통한 성취감은 내게 더 긴 운동에 도전할 의지와 힘을 주더라고. 힘 받은 김에 오후 9시부터 10시까지 달리기를 한 뒤 집에 들어와 30분 홈트레이닝 하기 시작했어. 이제 아주 소소하지만은 않은 노력인 터라, 운동 앱의 도움을 받기로 했어. 앱을 활용하면 운동 시간, 칼로리 소모 등을 알려줄 뿐 아니라 일주일·한 달 단위 그래프로 확인되기 때문에 성취감이 배로 커지더라고. 효과? 말할 것도 없지. 살도 빠지고 피부도 좋아졌어!
[둥글둥글 달콤한 성취감? 부풀기만 했던 베이킹 도전]
데자와 : 나를 위한 디저트를 직접 만드는 일에 도전하면서 이미 마음이 몽글몽글, 달콤해지는 것 같았어. 베이킹은 시간이 걸리니 매일은 어렵고, 집에서 쉬는 날 하나씩 도전하기로 한 터라 ‘소확성’이 가능할 거라 생각했어.
마침 사흘 연휴가 생긴 김에 그릭 요거트와 핫케이크, 쿠키를 직접 만들어봤지.
하지만 베이킹에 필요한 재료와 도구들을 챙기고, 면 보자기로 요거트를 직접 걸러내고, 뒷정리까지 하려니 이건 ‘소소한’ 성취는 아니다 싶더라. 처음 시도한 쿠키 반죽마저 실패한 뒤 재도전 끝에 겨우 쿠키를 구워냈지만, ‘소확성 베이킹’은 포기했어.
원인이 뭘까 생각해보니 내 안의 소소한 성취를 이루자는 초심과 다르게 멋진 베이킹을 성공해 감성적이고 예쁜 사진을 건지겠다는 마음이 앞섰던 것 같더라고. 해 본 적 없던 베이킹을 하는 과정을 즐겨야 했는데 결과의 외형에 집중했던 거지. 그래도 쉬는 날 베이킹 자체는 또 해보고 싶은 일이야. 그때는 따분한 휴일에 무언가를 시도한 나 자신을 칭찬해줘 보려고!
소확성의 ‘성취’란? 과정 자체를 ‘즐기는 것’
소확성 도전의 결론이 뭐냐고? 뭐니해도 꿍미니들이 그냥 흘려보냈을 시간을 알차게 채우도록 도와줬다는 거야. 도전한 4명 모두 또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 이유지.
실제 소확성을 한번 해본 사람은 꾸준히 실천하는 경우가 많대. 대구에 사는 직장인 박현정(28)씨도 코로나 블루로 인한 우울감을 극복하기 위해 뜨개질 소확성에 도전했는데, 처음엔 수세미 하나 완성하다 이제는 가방과 장바구니까지 척척 만들 수 있게 됐다고 해.
무료한 일상을 무언가로 채웠다는 성취감뿐 아니라 만든 작품을 친구에게 선물하며 ‘소확행’도 자연스레 얻었다고 하더라고.
요즘엔 2030 세대들이 ‘소확성’을 추구하는 현상에 대한 연구들도 이뤄지고 있대. 지난해 발간된 ‘소확성 트렌드’(저자 박선정·이가희· 조가은)라는 논문에 이런 구절이 있었어.
“진정한 ‘소확성’을 경험하기 위해서는 인증에 집착하기보다 자신이 성장하는 과정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
뭔가를 이뤄내야 한다는 압박에서 잠시 벗어나 목표를 향해 차근차근 나아가는 나 자신에게 박수를 보내는 시간, 그것이 소확성의 핵심이라는 거지. 우리 같이 그 시간을 즐겨보면 어떨까?
김미진 인턴기자
박채은 인턴기자
천현정 인턴기자
한제경 인턴기자
[꿍딴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