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치적 갈등이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고 인식하는 시민들의 비율이 주요 선진국 중 한국이 가장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정치 갈등뿐만 아니라 종교적 갈등, 도시·농촌 간 갈등이 심각하다고 응답한 비율도 선두권을 차지했다.
14일(현지시간)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는 17개국 시민 1만8850만명을 대상으로 다양성과 갈등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대다수 한국 시민들은 정치적 갈등이 심각하다고 봤다. 지지 정당에 따라 사회적 갈등이 있는지에 대해 조사한 결과, 한국의 경우 ‘심각하다’와 ‘매우 심각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90%에 달했다. ‘매우 심각하다’는 응답이 50%에 달했고, ‘별로 심각하지 않다’ 또는 ’없다’고 응답한 비율은 각각 8%, 1%를 기록했다.
이는 조사 대상 17개국 가운데 미국(90%)과 함께 공동 1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미국은 올해 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대선 결과에 불만을 품고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의 인준을 막겠다며 연방의회 의사당을 무력 점거하는 등 지지 정당에 따라 극심한 정치적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자국 내 정치적 갈등이 심하다고 응답한 시민의 비율이 과반을 넘긴 국가로 대만(69%), 프랑스(65%), 이탈리아(64%), 스페인(58%), 독일(56%), 영국(52%), 그리스(50%) 등이 있었다.일본(39%), 네덜란드(38%), 뉴질랜드(38%), 스웨덴(35%), 싱가포르(33%) 등은 40% 미만이었다.
한국은 종교 간 갈등이 심각하다고 답한 비율도 61%로 조사 대상 17개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조사 대상국 가운데 종교 갈등이 심각하다고 생각하는 응답자가 절반이 넘는 국가는 한국을 제외하면 프랑스가 유일했다.
미국은 종교 간 갈등이 심각하다는 응답이 49%였다. 독일(46%), 벨기에(46%) 등이 뒤를 이었다. 스페인(19%), 대만(12%) 등은 종교 갈등이 심각하다는 응답률이 10%대였다.
한국에선 도시·농촌 거주자 사이의 갈등이 심각하다고 답한 응답 비율도 43%로 조사돼 조사 대상국가 중 2위를 차지했다. 한국보다 해당 수치가 높은 국가는 프랑스(45%)뿐이었다.
인종·민족 등으로 인한 갈등이 심각하다고 생각하는 비율도 57%에 달해 미국(71%), 프랑스(64%)에 이어 이탈리아(57%)와 공동 3위를 차지했다. 퓨리서치센터는 “한국에서 인종·민족 갈등이 인식하는 응답은 연령대별로는 젊은 층에서, 교육 수준별로는 높은 교육 수준에서 높은 경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