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남부 도시 가오슝시의 한 노후 주상복합 건물에서 난 불로 최소 46명이 숨지고 41명이 다치는 참사가 발생했다. 화재의 원인은 모기를 쫓기 위해 피운 향으로 전해졌다.
14일 대만 중앙통신사와 자유시보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2시54분쯤 가오슝시 옌청구의 청충청 빌딩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해당 건물은 40년된 13층짜리 주상복합 건물로 지하와 지상 1∼5층은 폐쇄된 상태였고 7∼11층에 약 120가구가 거주하고 있었다. 신고를 받은 소방당국은 소방차 75대와 소방관 159명을 투입해 오전 7시17분쯤 화재를 진압했다.
리칭슈 가오슝 소방국장은 구조 작업이 끝난 후 진행된 브리핑에서 오후 3시까지 모두 46명이 숨지고 41명이 부상한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32명은 화재 현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으며 호흡이나 맥박이 없어 심폐소생술을 실시한 40명 가운데 14명이 병원에서 숨졌다. 당초 사망자는 9명으로 보도됐지만 화재 진압 및 수습 과정에서 사망자가 크게 늘었다.
경찰은 화재 참사 용의자로 1층에서 모기향을 피워 놓고 술을 마시던 황모씨를 지목했다. 대만 연합보에 따르면 황씨는 이날 오전 1시쯤 건물 1층 골동품 가게에서 일행들과 술을 마시며 모기를 쫓기 위해 향을 피웠다. 이후 제대로 꺼지지 않은 향을 쓰레기통에 버렸고, 이때 쓰레기통에 난 불이 옆에 있던 가스난로에 옮겨 붙으면서 대형 화재로 번진 것으로 경찰은 의심하고 있다. 황씨는 향을 쓰레기통에 버린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화재가 자신의 행위에서 비롯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화재가 사람들이 신속히 대피하기 어려운 새벽 시간에 발생한 데다 고령의 거주자들이 많아 피해가 더욱 커진 것으로 보인다. 과거 이 빌딩은 백화점 노래방 등 유흥시설이 밀집한 번화한 건물이었으나 상권이 쇠락하면서 입점한 상가들이 모두 문을 닫았다. 이후 치안이 악화되면서 이 건물엔 주로 취약계층이 거주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당국은 건물 내 통로에 잡동사니들이 많고 문이 잠긴 곳이 많아 구조 작업에 난항을 겪으면서 인명 피해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