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만배, 최윤길에 “일 좀 해주십시오” 부회장직 부탁

입력 2021-10-14 17:31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가 14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다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은 지난 12일 뇌물공여와 배임, 횡령 혐의 등으로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윤성호 기자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최윤길 전 성남시의회 의장을 만나 “몸이 아파 이제 일을 전면에서 하지 못할 것 같다”며 부회장직을 부탁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장동 사업 초기 각각 민간개발과 공영개발을 대변하던 김씨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사이를 조율한 이가 최 전 의장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14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는 건강 악화를 이유로 최 전 의장에게 “일이 많이 남아있으니 좀 해주십시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김씨는 검찰 소환을 앞두고 간경화로 건강이 좋지 않다고 밝혔다.

김씨는 성남시의회에서 대장동 사업 진행 경과를 지켜본 최 전 의장에게 전반적인 회사 운영, 자금 관리, 분양대행사와의 계약관계 해결 등을 맡기려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평소 최 전 의장은 화천대유와 40억원의 성과급 계약을 한 것에 대해 주변에 “변호사로부터 계약절차가 문제될 것 없다는 확인을 받았다”고 말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 전 의장과 김씨는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을 두고 성남시의회에서 여야가 첨예하게 부딪치던 2012년 무렵 접촉이 잦아진 것으로 전해진다. 최 전 의장은 같은 해 7월 성남시의회 의장에 선출됐다.

특기할 점은 당시만 해도 김씨와 유 전 본부장의 입장이 다소 엇갈렸다는 점이다. 당시 성남시의회 사정을 잘 아는 A씨는 “김만배씨가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을 저지해줬으면 하는 의중을 자주 내비쳤다”고 말했다. 반면 전 성남시의원 B씨는 “유동규씨가 찾아와 성남도시개발공사를 설립할 수 있게 꼭 좀 도와달라”고 여러 차례 부탁했다고 말했다. 한 성남시의회 현역 의원은 “제 기억으로도 그 둘은 대척점에 있던 것이 맞는다”고 했다.

일각에선 2013년 2월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 조례안이 시의회에서 통과될 때 핵심적인 역할을 한 최 전 의장이 김씨와 유 전 본부장을 조율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정영학 회계사 녹취록에 “성남시의장에게 30억원이 전달됐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진 만큼 최 전 의장을 상대로 로비가 이뤄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민일보는 최 전 의장에게 관련 내용을 물으려 했으나 최 전 의장은 연락을 받지 않았다.

한편 김씨는 이날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면서 논란이 됐던 ‘그분’ 발언에 대해 “그분은 전혀 없다. 그런 말한 기억도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또 정 회계사의 녹취록은 신빙성이 없다고도 주장했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